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귤 Oct 13. 2021

911

song by Lady Gaga

보코더 이펙트와 절도 있고 어두운 댄스 비트가 The Fame을 생각나게 한다. 유별나게 돋보이는 노래는 아니지만 대체로 빈약한 앨범의 허리 부분을 열심히 지탱해주는 그 역할의 가치가 크다. 멜로디가 지나치게 밝은 나머지 수록 트랙들에 비해 이런 건조한 느낌이 오히려 아트워크가 내주는 이미지와 더 일맥상통하는 감이 있다. 해외 소셜 미디어에서는 발매 당시 바로 앞에 붙어있는 인터루드 “Chromatica II”와의 전환 덕분에 많은 meme을 생성해냈는데, 사실 찾아보면 비슷한 전례는 차고 넘치는지라 지나치게 호들갑 떠는 그 동네만의 문화 같긴 하지만 확실히 노래를 단독으로 듣고 있으면 어딘가 허전한 느낌이 많이 나긴 한다.


장르는 댄스 팝이나 앨범은 주로 레이디 가가 본인이 느꼈던 신체적/심리적 고통을 주제로 다루고 있는데, “911”은 그중에서도 가장 직설적으로 이를 노래하는 축에 속한다. 항정신성 약물치료의 경험을 토대로 하여 약물치료가 자신에게 끼치는 영향을 언급하다가 후렴에서는 “내가 우는 모습을 볼 수 없어/내 최대의 적은 나 자신, 911을 불러줘”라고 반복한다. 섬유근육통으로 활동을 여러 차례 중단했던 경험과 일상생활도 불가능하게 만든 명성이 준 부담으로 인해 매일 자살을 생각했다는 인터뷰 내용을 보면 그녀의 상처가 꽤 지독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다행히 스테파니 저마노타는 살아남았고 그 역경을 노래로 만들었다. “더는 레이디 가가를 싫어하지 않아요.” 가장 강한 치료제는 역시 남들이 주는 사랑보다 자신에게 투여하는 사랑인 법이다.


(원 게시일: 20.09.19.)

작가의 이전글 Oblivio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