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song by Lady Gaga

by 감귤

보코더 이펙트와 절도 있고 어두운 댄스 비트가 The Fame을 생각나게 한다. 유별나게 돋보이는 노래는 아니지만 대체로 빈약한 앨범의 허리 부분을 열심히 지탱해주는 그 역할의 가치가 크다. 멜로디가 지나치게 밝은 나머지 수록 트랙들에 비해 이런 건조한 느낌이 오히려 아트워크가 내주는 이미지와 더 일맥상통하는 감이 있다. 해외 소셜 미디어에서는 발매 당시 바로 앞에 붙어있는 인터루드 “Chromatica II”와의 전환 덕분에 많은 meme을 생성해냈는데, 사실 찾아보면 비슷한 전례는 차고 넘치는지라 지나치게 호들갑 떠는 그 동네만의 문화 같긴 하지만 확실히 노래를 단독으로 듣고 있으면 어딘가 허전한 느낌이 많이 나긴 한다.


장르는 댄스 팝이나 앨범은 주로 레이디 가가 본인이 느꼈던 신체적/심리적 고통을 주제로 다루고 있는데, “911”은 그중에서도 가장 직설적으로 이를 노래하는 축에 속한다. 항정신성 약물치료의 경험을 토대로 하여 약물치료가 자신에게 끼치는 영향을 언급하다가 후렴에서는 “내가 우는 모습을 볼 수 없어/내 최대의 적은 나 자신, 911을 불러줘”라고 반복한다. 섬유근육통으로 활동을 여러 차례 중단했던 경험과 일상생활도 불가능하게 만든 명성이 준 부담으로 인해 매일 자살을 생각했다는 인터뷰 내용을 보면 그녀의 상처가 꽤 지독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다행히 스테파니 저마노타는 살아남았고 그 역경을 노래로 만들었다. “더는 레이디 가가를 싫어하지 않아요.” 가장 강한 치료제는 역시 남들이 주는 사랑보다 자신에게 투여하는 사랑인 법이다.


(원 게시일: 20.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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