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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귤 Oct 13. 2021

No Drug Like Me

song by Carly Rae Jepsen

분명 더블 A 사이드로 발매되었으면서도 “Now That I Found You”에 밀린 B 사이드 트랙처럼 느껴지나, 노래의 진득한 만큼은 “No Drug Like Me”가 압도한다. 직관적으로 몸을 자극하는 멜로디를 일부 양보한 대신, 이 곡은 세밀한 프로덕션에 온 힘을 쏟았다. 낮게 울리면서 페이드 인으로 모습을 천천히 드러내는 신스 베이스는 마치 약에 취해 천천히 달아오르는 몸을 구현한 듯 포근하게 귀를 어루만져주고, 속삭이듯이 다가와 가쁜 숨을 토해내는 것 같은 칼리 레이 젭슨의 목소리는 보컬리스트로서 그녀가 이룬 성장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한 번에 훅 꽂히는 맛은 약간 약할지라도, 듣다 보면 점차 이 매력 속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게 만드는 곡이다.


“당신이 내 기분을 띄워준다면, 그대를 위해 피어나겠어요. 당신이 나를 열어준다면, 난 진실만을 말하겠어요.” 나른하면서도 야릇하게 들리는 보컬이 전달하는 가사를 감상하다 보면 자연스레 몸을 살랑살랑 흔들며 음악에 전신을 맡기고 싶게 만든다. 청초한 순백의 이미지와 결합한 섹슈얼한 분위기가 몸을 감싸 안는다. “입이 말라올 때면, 고개를 들고 좀만 기다려봐요. 나 같은 약은 해본 적 없을 테니까.” 함께 저 멀리 달아나자던 2015년의 제안 이후 칼리 레이 젭슨이 또다시 내민,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의 손길이다.


(원 게시일: 20.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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