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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귤 Oct 13. 2021

Summer Love

song by Carly Rae Jepsen

트랙 하나하나가 다 주옥같은 앨범이지만, “Summer Love”는 그중에서도 확실한 하이라이트로 두드러지는 곡이다. 그루브 넘치는 베이스 라인이 리드하는 가운데, 노래를 가득 채운 테임 임팔라 (Tame Impala) 스타일의 사이키델릭한 신스 사운드가 우리를 80년대 열기 넘치는 금요일 밤의 클럽으로 데리고 온다. 저녁의 거리는 네온사인으로 가득하고, 어느덧 몸을 흠뻑 적신 땀에 자극받아 더욱 격렬한 춤사위를 이어나가는 풍경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네가 날 어루만질 때면, 난 날아가고 싶어지는걸.” 노골적인 표현 대신 많은 것을 상상에 넘기는 가사지만, 이런 식의 적절한 생략이 오히려 더 큰 섹시함을 조성한다.


그리고 여기에 정점을 더하는 것은 아바(ABBA)의 히트곡들을 연상시키는 브릿지의 현란한 바이올린 멜로디다. 이미 앞부분으로 달아오른 분위기에 감미로운 취기를 가득 끼얹는다. 이렇게 여름밤의 야성적이고 자유로운, 짜릿한 로맨스의 장면을 담아내는 그 순간에 칼리 레이 젭슨이 서 있는 자리는 2020년보다는 비지스의 “Stayin’ Alive”가 울려 퍼지던 디스코의 시대에 가깝다. 그 전까지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칼리 레이 젭슨의 여름 음악들이 청량함의 정서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면, 그와는 달리 뇌쇄적인 무드로 한 차례 반전을 꾀하는 “Summer Love”는 (그녀의 다른 노래들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음악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원 게시일: 20.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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