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ien

song by Carly Rae Jepsen

차분한 분위기에 섞인 디스코 느낌의 훵키한 기타 사운드가 가장 먼저 이목을 끈다. Dedicated 앨범 제작에 앞서 먼저 구상되었던, 디스코 테마를 추구했다던 Disco Sweat 프로젝트가 남긴 유산처럼 느껴지는 “Julien”은 오프닝 트랙의 자리에서 리스너를 청초하게 반긴다. 댄서블함과 몽롱함 사이에 절묘하게 걸쳐있는 기타 리프만으로도 반은 먹고 들어가지만, 여기 위에 얹어지는 사뭇 숨 가쁘게 들리는 보컬이 금상첨화를 이룬다. 스스로 이 앨범의 심장과도 같은 곡이라고 말했는데, 정말 앨범을 처음 돌렸을 때 맨 앞자리에서 이 노래를 만났던 그 순간 압도당하는 듯이 느꼈던 기분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칼리 레이 젭슨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오프닝 트랙 순위를 매겨보자면, “Run Away with Me”의 뒤를 이어 강력한 2선발이 될 곡이다.

이별 후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여전히 연인이 자신의 주변을 맴도는 것 같다는 가사는 섬세한 표현과 제목까지 이어 보면 실제 줄리엔이라는 남자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 싶지만, 재밌게도 그 정도의 이야기까지는 아니다. 실제로 잠시 만났던 남자의 이름이긴 하지만, 줄리엔이라는 이름에서 특유의 음악적인 매력이 느껴져 관련은 없음에도 이렇게 가져다 썼다고 여러 차례 밝힌 적이 있다. (그러니까 연락은 굳이 하지 말란다) 이런 좋은 소재를 최대한 이목을 끌어보는 식으로 사용하려는 다른 팝스타들과는 다른, 그저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한 재료로 쓰는 칼리 레이 젭슨의 송라이터적인 면모가 빛나는 곡이기도 하다.

(원 게시일: 20.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