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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귤 Oct 13. 2021

Too Much

song by Carly Rae Jepsen

데뷔 앨범 Tug of War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칼리 레이 젭슨의 음악 세계를 두 가지 키워드로 설명하자면, 하나는 당연히 “팝”이겠고 다른 하나는 아마도 “로맨스”일 것이다. 따져 보면 다른 얘기를 한 적은 거의 없이, 그녀는 지독하게 보일 정도로 사랑이란 주제에 집중해왔다. 그리고 “Too Much”는 이렇게 (마치 현실은 잊은 듯이) 달콤한 로맨스의 세계에 빠져 사는 칼리 레이 젭슨의 음악적 캐릭터를 자기 반영적으로 드러낸다. “내 손길을 원한다면 조심해. 널 사랑하게 된다면 너무 많이 사랑하게 될 테니.” 드라마 같은 관계에 몰두하는 본인의 성격을 고백하는 그녀의 촉촉한 목소리에는 야릇함과 담담함이 공존하고 있다.


Dedicated 앨범이 전반적으로 그렇기도 하지만, “Too Much”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에너지 넘치는 꽉 찬 사운드 보다는 미니멀한 프로덕션에 가볍게 몸을 맡길 수 있는, 소위 “chill”이라는 단어로 함축되는 차분하게 비워진 2010년대 후반 팝의 트렌드를 적절하게 수용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칼리 레이 젭슨은 지나치게 여기에 휩쓸리지만은 않고, 그녀이기에 만들 수 있는 감미로운 보컬 멜로디로 본인의 강점을 열심히 피력한다. 여기에 숨소리가 많이 깃든 헐떡이는 듯한 목소리의 감촉까지 더해지니 더할 나위 없다. 80년대 신스팝 속에서 본인의 새로운 강점을 찾아낸 아티스트는 이렇게 지금의 사운드도 훌륭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이게 너무 과한 거야?”라는 마지막 구절 속 그녀의 질문에는 그저 고개를 세차게 저을 수밖에 없겠다.


(원 게시일: 20.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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