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 Me Love You Like a Woman

song by Lana Del Rey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Norman Fucking Rockwell!의 성공으로 자신의 입지를 굳건하게 세운 라나 델 레이는,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아 논란의 주인공으로 변모했다. 메이저 데뷔 초 자신에게 가해졌던 “폭력 미화”와 “반페미니스트적 주제” 등의 이름을 단 비난의 화살을 꼬집으면서 굳이 안 해도 될 유색인종 여성 뮤지션의 예시를 언급한 그녀에게 많은 이들은 등을 돌렸고, 여기에 마스크 논란까지 가세하여 2010년대 가장 중요한 미국의 싱어송라이터로 중 하나는 2020년대에 이르러 좋아할 수 없는 - 어쩌면 좋아해서는 안 될 - 뮤지션으로 추락해버렸다. 그리고 이런 위태로운 시기에 차기 앨범에서 그녀가 가장 먼저 공개한 이 노래는 이 상황에 대한 대답을 건네기보다는 오히려 한 차례 더 의문을 안긴다.

서정적이고 늘어지는 이미지는 유지했지만 그럼에도 분명하게 음악적인 핵심을 이리저리 바꿔가던 전작들과 비교하면 변화는 확실히 적다. 담담하게 진행되는 피아노 멜로디 사이에 등장하는 부드럽고 몽환적인 톤의 기타는 NFR!의 주요 트랙들을 연상시키는데, 이는 좋고 나쁘고를 떠나 라나 델 레이마저 전작의 성공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아티스트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살짝 흠칫하게 만든 제목에 비해 가사에서 그녀가 언급했던 고전적인 (또는 구시대적인) 로맨스의 풍경이 유달리 돋보이는 것 또한 아니다. 여전히 그녀답게 듣기 좋은 음악이지만 흔적을 깊게 남기지는 못한다. 다행히 이 곡을 신보의 핵심으로 공개한 것 같진 않다는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상황이 다 수습되지는 않는다. 기다림 속 불안감이 서려 있다.

(원 게시일: 20.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