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 by Katy Perry
미국 십대들의 꿈속 여인이 되길 원하던 2010년대의 뉴 핀업걸의 르네상스는 뜻밖에도 애틋한 발라드로 끝맺음한다. 대체로 우왕좌왕하던 음반의 중후반부를 급하게 정리하는 느낌이라 지나치게 가라앉는 느낌은 드나, 그렇다 해서 노래 자체가 별로인 것은 아니다. 사실 특출나게 뛰어난 멜로디 라인은 부재하고 전반적인 프로덕션은 특출난 인상을 남기지 못하는 편이다. 하지만 전작의 “Thinking of You”에서도 그랬듯이, 차분하게 시작했다가도 이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터져 나오는 목소리 속에 담겨 있는 케이티 페리의 진실한 감정이 노래를 견고하게 만들어준다. 화려한 의상을 입은 채 젊은 로맨스를 노래하던 그녀도 사실은 영화 같은 사랑을 기대하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이 노래를 훗날 첫 번째 남편이 되는 러셀 브랜드와 처음 데이트를 했던 날 썼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발라드 곡은 더욱 서글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가사 속에서 케이티 페리는 그와의 운명적인 사랑을 꿈꿨지만, 결혼 생활은 오래가지 않아 끝나버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순간들이 있었기에 그가 남긴 상처를 털고 일어나는 “Roar” 같은 곡이 만들어질 수 있었고, 그녀가 올해 초 올랜도 블룸과의 사랑을 노래하며 임신 사실을 알렸던 사실상의 후속작인 “Never Worn White” 같은 곡도 나올 수 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의 파트너가 영화배우인 것을 생각하면, 어쩌면 이 노래는 그 당시보다 조금 더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원 게시일: 20.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