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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귤 Oct 13. 2021

Circle the Drain

song by Katy Perry

“Who Am I Living For?”라는 막강한 상대의 뒤를 이어서 앨범의 워스트 트랙으로 자주 꼽히는 문제의 곡이다. 그럼에도 프로모셔널 싱글로 발매되었을 때 Hot 100 차트에서 58위라는 순위로 진입한 기록이 있는데, 이 엉망인 노래가 이런 성적을 거둔 것은 정말 당시 케이티 페리의 이름값 때문이라고밖에 말하지 못하겠다. 같은 음반에 실린 팝-록 성향의 타이틀 트랙이나 “Hummingbird Heartbeat”을 생각하면 정말 한숨 나오는 곡이다. 리버브 입혀진 공격적인 보컬은 멍하니 허공을 떠돌고, 애써 시원한 느낌을 내려고 발악하는 듯한 기타 톤은 그 어떤 감흥을 전달해주지 못한다. 중간에 뜬금없이 들어간 실로폰 이펙트는 대체 무엇을 의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곡이 가진 의의라면 앨범에 실린 곡 중 케이티 페리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는 드문 곡이라는 점인데, 안타깝게도 그 점이 오히려 이 콘셉트 대잔치 느낌인 음반의 분위기에 다소 어긋난다. 마약에 중독되어 만사를 귀찮게 여기는 한심한 남자친구를 신랄하게 디스하는 내용은 첫인상이 흥미로울 수는 있어도, 그녀의 개인사를 쫓는 깊은 팬들이 아니라면 굳이 관심 가지지 않을 가사다. 심지어 음반 안에서는 남근숭배 앤썸인 “Peacock”과 아련한 이별 노래 “The One That Got Away” 사이에 끼어 있으니 그 당황스러움은 더욱 커진다. 이런 말 하기는 좀 미안하지만, 수록되지 않았어도 별 지장 없을 곡이다. 그리고 이 글을 쓰며 노래를 듣는 나도 두 번째까지만 듣고 노래를 꺼야겠다.


(원 게시일: 20.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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