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귤 Oct 13. 2021

Venus Fly

song by Grimes feat. Ja

함께 21세 대중음악을 이끌어나가고 있는 동료 뮤지션 자넬 모네가 참여한 트랙이다. 두 아티스트는 종종 음악보다 외모, 패션과 같은 외적 요소에 스포트라이트가 쏠리는 고충을 토로하며, 여성들이 특히 빈번하게 마주하는 성 상품화를 꼬집는다. 비너스라는 이름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 아트워크 속 괴물 같은 여성의 이미지는 통념적인 미의 기준을 뒤집으며 음악이 최우선으로 논해지길 원하는 둘의 심리를 대변한다. 핵심은 이 구절이다. “왜 나를 쳐다보고 있는 거지? 음악이 아니라?” 치아를 뽑고, 머리카락을 자르면 어떨 것 같냐 물으며 그들은 미의 상징인 진주를 무시무시한 무기로 재탄생시킨다. 과연 이런 상황 속에서 아름다움을 마냥 예찬할 수 있을 것인가? 간단한 가사지만 깊은 물음으로 이어진다.


계속해서 둥둥거리는 비트와 브릿지에서는 바이올린까지 가세하며 상당히 다채로운 요소로 가득 찬 곡이지만 그럼에도 상당히 군더더기 없이 잘 빠졌다. 정신을 빼놓을 듯한 드롭의 리듬과 맛깔나는 베이스는 신나게 몸을 들썩이게 하면서 단순히 공격적인 태도를 넘어 거의 위엄 있게 압도하고 있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기에 보컬 스타일이 많이 다른 둘임에도, 서로 뽐내는 느낌 없이 각자 치고 빠지는 식으로 주고받는 덕분에 조화로움도 느껴진다. 어쩌면 여성 연대의 메세지를 이런 식으로 피력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후 자넬 모네의 곡에 그라임즈가 참여한 또 다른 여성주의 앤썸 “Pynk” 또한 훌륭한 곡이었음을 생각하면, 이들의 콜라보레이션을 온 대중음악계가 나서서 장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원 게시일: 20.11.05.)

작가의 이전글 California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