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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귤 Oct 13. 2021

It's Not Christmas Till...

Somebody Cries/song by Carly Rae Jepsen

2월에는 발렌타인데이에 맞춰 “Let’s Be Friends”를 공개하더니, 이번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노려 할로윈에 노래를 냈다. 인트로에서는 짤랑거리는 종소리 같은 흔한 캐럴 느낌의 이펙트를 넣은지라 다소 뻔한 느낌으로 가는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하지만, 곧바로 치고 나오는 뚱땅거리는 신스 베이스가 노래가 그저 뻔하디 뻔한 크리스마스 음악은 아님을 알린다. 훅이 다소 짧은 데다 강렬하지 못하지만, 다행히도 이를 리듬감 넘치는 벌스와 뭉그러진 신디사이저 브레이크로 채워진 브릿지가 커버해준다. 곳곳에 등장하는 산타클로스의 “호호호”를 비롯해 칼리 레이 젭슨의 보컬이 노래에 익살스러운 느낌을 가득 불러일으키는데, 이 덕분에 듣고 있으면 마치 케이티 페리의 음악을 듣는 느낌까지도 살짝 든다.


범상치 않은 제목답게 가사는 로맨틱하고 따스한 크리스마스 대신, 자칫하면 큰 싸움 날 것 같은 개판 5분 전의 명절 가족 모임을 노래하고 있다. 채식주의자인 남자친구에게 가족들은 생선 요리를 건네고, 삼촌은 정치 얘기로 또 싸움판을 벌이려는 모양새다. 할아버지는 먹어서는 안 될 요상한 젤리를 먹어버려 잔뜩 취해 크리스마스 선물 포장을 죄다 뜯어버렸다. 게다가 조카들은 침대 머리맡에서 뛰어놀며 “산타가 진짜 거짓말이에요?”를 물어보기까지… 마치 친척들에게 시달리는 한국의 설날과 추석 감성을 본뜬 느낌인데, 사람들 많이 모이면 분위기가 쉽지 않은 것은 국가를 불문하고 통용되는 이치인 것 같다. 평소의 로맨스 가사도 좋지만, 가끔 이런 재치있는 가사를 더 만나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원 게시일: 20.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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