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귤 Oct 13. 2021

Not the End of the World

song by Katy Perry

분명 본인의 추락한 위상을 돌이켜보며 쓴 노래겠지만, 얼떨결에 참으로 시의적절한 곡이 되어버렸다. 노래를 재생하자마자 찌를 듯이 등장하는 첫 소절 “이게 세상의 끝은 아니야”라는 케이티 페리의 외침부터 시작해서, 노래는 시종일관 지금의 비극적인 순간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라고 거듭 강조한다. 앨범 내에서 바로 뒤에 붙어있는 타이틀 트랙과 분위기는 전혀 다르나 메세지가 통하는 부분이 있는데, “Smile”이 삶의 행복을 깨달은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면 “Not the End of the World”는 그에 닿기까지 한 줄기 빛을 바라보면서 아직은 불안한 상태로 어둡고 위험한 역경을 헤쳐나가는 과정을 그려낸 곡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한 5년 전에 나왔으면 더 어울릴 법했던 트랩 팝 요소와 다소 조악하게 들어간 “Na Na Hey Hey Kiss Him Goodbye”의 멜로디 샘플링 때문에, 따져 보면 잘 만든 노래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노래긴 하다. 그래도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대 히트곡 “Dark Horse”, 그리고 이기 아질리아와 리타 오라에게 준 “Black Widow”를 연상시키며 케이티 페리의 과거 영광을 어렴풋이나마 떠오르게 한다. 어설프게 트렌드를 쫓기보단 이런 식으로 낡았단 소리를 듣는다 한들 본인의 강점을 살리는 데 집중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겠다. 낙관주의적인 가사와 장엄한 분위기는 살짝 상충하는 듯하나, 한 해를 통째로 전염병과의 전쟁에 소비한 우리의 암울한 입장에서는 이런 아이러니가 더 적절해 보이기도 한다. 어쨌든 이 또한 지나가지 않겠는가. 케이티 페리의 침체기도, 우리의 판데믹도.


(원 게시일: 20.12.22.)

작가의 이전글 It's Not Christmas Till...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