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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귤 Oct 13. 2021

forever

song by Charli XCX

업 템포의 밝은 파티용 트랙들도 물론 좋은 곡들이 많지만, 찰리 XCX가 가진 진가는 그녀가 슬픈 정서를 표현할 때 제대로 나타난다. 2017년 믹스테이프 Pop 2의 각각 오프닝/클로징 트랙 “Backseat”과 (훗날 “Blame It on Your Love”로 다운그레이드되는) “Track 10”이 대표 사례다. A. G. Cook이 프로듀싱한 화려한 전자음 속에 깊게 자리한 서글픈 이별의 감정은 다른 화려한 트랙들을 제치고 묵직한 울림을 퍼트렸다. 그리고 이는 2020년 그녀가 발매한 싱글 “forever”로도 이어졌다.


그러나 이 노래는, 이별이라는 결과와 그 후의 고뇌를 다뤘던 기존의 음악과는 약간 다른 감정을 핵심으로 삼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불안감이다. “만약 우리가 끝까지 함께하지 못한다면?” 사실 어떤 방식으로든 관계에는 끝이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찰리 XCX는 이 씁쓸한 현실을 회피하기보다 정확히 직시한 채로 연인에게 영원한 사랑을 다짐한다. 훅에서 계속 반복되는 “널 늘 사랑할 거야/널 영원히 사랑해”라는 두 문장은 결과적으로 판단한다면 허무맹랑하고 우습게 들리겠지만, 지금 현재의 시점에서 본다면 마음 안에 있는 강렬한 사랑과 끝까지 함께 나아가고 싶은 간절함을 보여주는 표현이다. 그래서 이 노래가 성숙하게 들리는 것이다. 비참한 미래를 알면서도 지금 이 순간 널 열정적으로 사랑하겠다는 것이니까.


“forever”와 겹쳐 보이는 노래가 하나 있다. 마찬가지로 영원한 사랑을 부르짖던 (돌리 파튼 원곡의) 휘트니 휴스턴이 부른 “I Will Always Love You”가 바로 그것이다. 진하고 강렬한 고음 대신 반복적인 보컬 샘플링으로, 간결한 프로덕션은 꽉 채워진 복잡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대체되었으나 그 안에 깃든 영원한 사랑의 약속만큼은 같다. 세상은 넓어졌지만 반대로 관계는 더욱 쪼개졌고, 그렇게 우리는 만남도 이별도 모두 쉬워진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깊고 진한 사랑의 감정은 여전히 우리 곁에 존재하고, 누군가를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표현 또한 변하지 않는다. 개인적인 관계에 대한 고찰로 시작했지만, 어느덧 시대정신을 담은 곡이 되었다. 그래서 더더욱 “forever”는 21세기의 송가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원 게시일: 20.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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