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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귤 Oct 13. 2021

The Starting Line

song by Keane

지난 1년간 나는 글 쓰는 일과 사랑에 빠졌다. 특수해진 신분에 거대한 질병이 더해져 사회와의 접촉 기회가 제한되어버린 한 해, 내 답답함을 가장 크게 해소할 수 있던 방법은 그저 글을 쓰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그전보다 “좋은 글”을 쓰는 것에 더 집중하고, 갇혀 있는 동안의 에너지를 텍스트를 만드는 일에 대거 쏟아부었다. 하지만 이런 애착은 때로는 집착으로 변해, 종종 스스로를 몰아세우며 글을 억지로 짜내어 쓴 일도 많았고 심지어 연말에는 개수를 딱 맞게 채우고자 글의 업로드를 일부 막기도 했다. 내가 세운 계획에 내가 함몰되는 순간들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100편의 음악 글과 25편의 음반 리뷰로 2020년을 마무리하고 나니, 당연히 더욱 큰 번 아웃이 찾아왔다. (내 기준이지만) 훌륭하게 1년을 끝내버리니 다시 어떻게 새로운 글을 써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문장은 계속해서 막혀 버리고, 그렇게 근 3주째 새로운 글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과거에 붙잡혀 멈출 수는 없으니까.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계속 글을 쓸 것이다. 여러 고민 끝에 이렇게 나는 2021년 두 번째로 들었던 이 노래, “The Starting Line”으로 다시 출발하려 한다. 팀 라이스 옥슬리의 가사는 다시 시작하고자 하는 연인들을 향해있지만, 지금 나에게 그의 문장들은 이제 슬슬 새로운 글로 또 다른 1년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격려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래서 이 반짝이는 신디사이저 리프와 부드럽게 울리는 톰 채플린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마음을 다잡고 출발선에 다시 위치한다.


(원 게시일: 21.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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