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귤 Oct 13. 2021

Chemtrails Over the Country...

Club / song by Lana Del Rey

많은 이들에게 익숙하지 않을 “chemtrail”이라는 단어는, 항공기의 비행운이 인구조절을 시도하려는 화학물질이라는 음모론에서 파생되었다. 라나 델 레이가 이를 실제로 신봉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아름다우면서도 기묘하게 다가오는 이미지를 이용해 그녀는 행복 속에 옅게 도사린 불안을 노래한다. 사랑스러운 연인과 달아나고, 신앙적인 죄책감 따위는 덜어낸 채 신의 존재를 의심하며, 친구들과 장신구를 가득 찬 채로 수영장에서 노는 이 즐겁고 무탈해 보이는 일상은 모두 (그들을 모두 죽여버릴 수 있는) 비행운으로 채워진 하늘 아래 이뤄지고 있다.


전작 Norman Fucking Rockwell!의 타이틀 트랙에서 그녀는 지극히 “미국적인” 일상이 보여주지 못한 함정을 화가 노먼 록웰에 빗대어 꼬집었다. 이번 노래에서 평화로이 주변의 즐거운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라나 델 레이의 목소리를 듣다 보면 그녀가 지적했던 삶의 형태에 스스로 빠져버렸나 싶지만, 노래의 끝에서 고요한 적막이 감돌고 드럼 소리만 남는 순간 우리는 그러한 호화로움이 지나간 후 우리에게 다가오는 허망함을 맞닥뜨리게 된다. 꿈만 같았던 몽환은 사라지고 불길함이 피어오른다. 이 노래가 앨범 제목이 된 것에 대해, 그녀는 자신 같은 민감하고 별난 사람이 정상적인 삶을 꿈꿀 때 이런 음반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라나 델 레이의 사회의식이 얼마나 “옳은”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겠으나, 이 곡은 많은 이들의 선입견처럼 그녀가 그저 번지르르한 허영에 도취 되어 사는 바보 같은 사람은 아님을 시사한다.


(원 게시일: 21.01.12.)

작가의 이전글 The Starting Lin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