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My Favorite Songs

song by Weezer

설마 하는 생각은 현실이 되었고, 위저는 발매일이 미뤄진 Van Weezer 대신 비슷한 시기에 작업 중이던 OK Human을 먼저 내기로 했다. 그리고 이 앨범의 오프닝 트랙은 이들의 결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각종 스트링 사운드, 차분하게 코드를 연주하는 따스한 음색의 건반 등 아날로그 악기가 전형적인 위저 음악을 구성하던 신나는 일렉트릭 기타 리프의 빈자리를 훌륭하게 메꿔주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존재감을 발휘하는 리버스 쿼모의 우수에 젖은 목소리는 자칫 구시대적으로 들릴 법한 음악에 진한 감성을 넣어준다. 혁신까지는 아니지만, 위저의 다양한 음악적 “시도” 중 Maladroit 이후로 가장 그럴듯한 결과물이다.

귀로 들어도 훌륭하지만, 텍스트로서도 “All My Favorite Songs”는 그 깊이감을 유지한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곡은 느리고 슬프며, 내가 좋아하는 이들은 나를 화나게 하며, 기분 좋아지는 것들은 모두 나쁜 것이라고 자조적으로 말하며 뭐가 문제인지 소리치는 화자는 현대인의 모습을 절묘하게 짚어낸다. 모두가 전자 기기에 몰두하여 우울함과 외로움이 쿨함이 되는 시대, 우리는 서서히 병들고 있다.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이런 우울감의 유행에 취해 있다 어느 순간 그것의 해로움을 깨달은 상황을 보는 것 같다. 남들과 음악 취향이 다를 수 있고, 밝은 노래를 싫어한다고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온갖 느리고 슬픈 음악에 대한 애호가, 사실은 고도로 발달해 우리를 서로 소외시키는 디지털 문화가 만든 것이라면? 황당하지만, 한번은 이런 생각을 해보자고.

(원 게시일: 21.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