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 by Carly Rae Jepsen
작년에 신곡 소식을 접하고 노래를 들었을 때, “칼리 레이 젭슨이 이렇게 구린 노래를 만들 수도 있구나” 하면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보컬 믹싱은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감이 안 올 정도의 조악함을 자랑하고, Tug of War 앨범 이후 오랜만에 등장한 어쿠스틱 기타는 인트로를 지나자마자 그 매력을 재빠르게 소모해 버린다. “Let’s be friends, and never speak again”이라고 하는 째진 소리로 노래하는 후렴에서는, 칼리 레이 젭슨의 목소리를 참으로 듣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 참 쉽지 않은 것들을 해내는 곡이다. 그나마 들어줄 만한 파트는 코러스에 진입하기 전 프리 코러스 파트인데, 대다수 못 만들어진 노래들의 킬링 파트가 프리 코러스라는 것을 생각하면 좀 웃기기도 하다.
그래도 정석적인 신스팝 장인의 이미지와 로맨스 드라마 여주인공 분위기를 살짝 탈피하려는 시도는 엿보인다. 당장 가사부터가 “너랑 더는 못 사귀어주겠으니까, 헤어지고 친구 사이로 지내자. 그리고 다신 말도 섞지 않는 거야!”라면서 신랄하기 짝이 없다. 브릿지에 등장하는 나레이션은 가관이다. “너와 그래도 괜찮았어. 물론 네가 종종 X 같긴 했지만… 뭐, 누군가는 X을 좀 좋아할 수도 있는 거니까! (접시 깨지는 소리) 이거 제가 계산할게요.” 따져 보면 이런 가사가 본래 칼리 레이 젭슨의 스타일 음악에 맞춰 나왔다면 어색하긴 했겠다. 때로는 이런 우스꽝스러운 이야기가 다소 근사하지 않은 곡에 담길 필요도 있는 것이니 이해는 충분히 간다. 그래도 믹싱 상태만은 여전히 용서하지 못하겠다.
(원 게시일: 21.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