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bum by Avril Lavigne
치부가 드러났음에도 분명히 한 발짝 전진을 이뤄냈다. 앨범은 그녀의 커리어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된 발전을 이뤄냈던 그 순간을 그대로 담아낸다.
17살의 어린 나이에 데뷔 앨범 Let Go로 대성공을 맛본 에이브릴 라빈의 발목을 잡은 것은 바로 그녀가 추구했던 진솔한 싱어송라이터의 이미지였다. 작곡가들의 곡을 받아먹지 않고 본인이 부를 노래를 직접 쓰는 천재 소녀 이미지를 내세웠지만, 정작 빌보드 Hot 100 차트 2위까지 오르며 세상에 에이브릴 라빈이라는 이름을 널리 알린 첫 싱글 “Complicated”는 사실 The Matrix가 작곡했고 그녀는 숟가락만 얹었다는 의혹이 터져버린 것이다. 실제로 그녀의 참여율이 얼마나 되는지 확실한 것은 없겠으나, 이런 논란을 완벽하게 반박할 수 없었던 에이브릴 라빈은 그들과의 협업을 잘라내고 새로운 프로듀서진을 꾸린 두 번째 앨범으로 이 논란에 대응하기로 했다.
그렇게 탄생한 소포모어 Under My Skin은 그런 그녀의 야심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기타 튜닝 같은 소리로 시장하는 오프닝 트랙 “Take Me Away”에서 날카롭게 찌르는 보컬, 강하게 울리는 기타 사운드와 함께 에이브릴 라빈은 앨범의 중심 정서인 분노와 혼돈을 예고한다. 데뷔 앨범이 청소년 시절의 그녀를 조명하면서 함께하는 미래를 상상하는 로맨스나 벅차오르는 꿈, 혼란스러운 인간관계 등 질풍노도의 시기에 공감할 수 있던 다양한 단면들을 들추고 있다면, 두 번째 앨범 속 에이브릴 라빈은 몸에 가시를 두른 채 홀로 어두운 구석에 서 있다.
대체로 그 가시가 향하는 것은 연인이다. 서정적인 어쿠스틱 기타 멜로디로 시작해 후렴에서 묵직하게 변모하는 “Don’t Tell Me”에서 그녀는 자신의 몸을 섣부르게 탐하려 했던 애인에게 실망감을 적극적으로 표출하고, 빌보드 싱글 차트 9위까지 오르며 앨범에서 가장 히트한 “My Happy Ending”에서는 거짓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척 행동했던 애인에게 거친 말투로 비통함을 표출한다. “다 잊은 거니?”라고 매섭게 질문하는, 앨범에서 가장 무거운 색채를 가진 고딕 록 트랙 “Forgotten”에서 그녀의 폭발하는 절규는 에반에센스의 느낌까지 옅게 풍기며 스산한 분위기를 내뿜는다.
이런 끓어오르는 감정은 다른 곳으로도 향한다. 그녀가 실제로 알던 이의 사연을 소재로 다룬 “Nobody’s Home”이 대표적이다. 가정에서 버림받고 사회에서도 거부당하는 비행 청소년의 이야기를 노래하는 이 트랙은, 상당히 개인적인 내용을 통해 사회적인 메세지를 일궈내며 음반의 가장 핵심적인 곡으로 자리한다. 그리고 마지막 트랙 “Slipped Away”에서 에이브릴 라빈은 감성적인 기타 선율에 맞춰 할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자신을 향해 분노를 내뿜는다. (*스페셜 에디션에는 당시 할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듣고 공연한 전작의 수록곡 “Tomorrow”도 실려있다) 앨범을 뜯어 보면 에이브릴 라빈의 이런 거센 감정은 어쩌면 이별 노래보다 다른 이야기에서 더 진솔하게 발휘된다.
그러나 작사 역량의 부재가 생각보다 크다. 세련되지 못한 가사들이 감정이 더 세심하게 표현될 기회를 막아버린다. 계속 함께하면 비극을 맞이할 뿐이라는 “Together”는 막연하게 방향을 잃은 분노만이 동어반복을 이루고 있고, 전작의 “Mobile”과 비슷한 감성을 다루는 “How Does It Feel”에서는 어지러운 심경을 다루는 문장들이 단편적으로만 조합될 뿐이다. “Fall to Pieces”는 어쿠스틱 기타 멜로디가 탁월하게 돋보이지만, 가사에서는 이별의 순간에 대화보다는 그저 가만히 함께 있고 싶다는 이야기가 살짝만 바뀐 채 되풀이되고 있어 지루함을 자아낸다.
훨씬 더 강렬하고 묵직한 사운드를 포용한 Under My Skin은 단순히 치기 어린 10대 소녀를 넘어서 한층 더 진짜 록스타에 가까워지는 에이브릴 라빈의 미래상을 제시했으나, 동시에 그녀의 고질병과도 같은 처참한 작사 능력을 그대로 드러냈다. 하지만 그것이 가져온 득은 분명히 실보다 컸다. 당시 막 20대를 바라보던 그녀에게는 열린 길이 많았고 뻗어 나갈 자리도 충분했으니까. 물론 15년이 넘은 지금 시점에서 그녀의 커리어를 보면 그 성장은 고꾸라졌고 단점은 극복되지 못했지만, 현재의 결과를 가지고 깎아내리기에는 부정할 수 없는 매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앨범이다.
(원 게시일: 20.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