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artender & Happiness is a butterfly
tracks by Lana Del Rey
현악기가 등장하고, 뒤따라 들어서는 피아노 소리에 맞춰 라나 델 레이는 부드러운 어조로 첫 소절을 내뱉는다. “망할, 이 애어른 같은 남자. 당신이 하도 잘 박아대는 바람에 하마터면 사랑한다 말할 뻔했잖아.” 그녀의 여태까지의 최대 역작이 된 앨범과 동명의 오프닝 트랙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라나 델 레이가 노래하는 가사는 상스럽기도 하고 또 그 얄팍함이 웃기기도 한다. 그녀는 자신의 별로인 시에 대해 뉴스를 탓하는 이 덜 자란 애 같은 남자를 화가 노먼 록웰의 이름 아래 그려낸다. 그리고 그 남자는 바로 허상에 갇혀 다가올 위기를 바라보지 못했던 “위대한” 국가 미국과도 같다.
“당신은 그저 남자(man)일 뿐이니까, 그렇게 징징대는 게 당신이 하는 짓이지.” 조소와도 같은 말을 날리나, 여전히 라나 델 레이는 그의 붓질이 캔버스에 담는 모델이 되어준다. 다분히 정치적인 텍스트지만 시선만큼은 온정적이다. 라나 델 레이는 더는 성조기를 두른 채 노래하지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미국인이고 음반 속에서 미국을 노래한다. 앨범에서 바로 이어지는 다음 트랙인 “Mariners Apartment Complex”에서 길 잃은 당신을 이끌어주겠다며 “나는 그대 사람(Man)”이라 하는 것은 어쩌면 의도된 단어 선택일지도 모른다.
지극히 미국적인 주제를 다루는 앨범에서, 라나 델 레이는 또한 여성으로서의 자신이 가지는 슬픔과 그것으로부터의 해방을 또한 노래한다. 간결하게 피아노 사운드 만이 자리하는 “Bartender”에서 라나 델 레이는 오롯이 자신을 위한 트럭을 한 대 사서 어두운 밤에 도로를 달린다. 밤새도록 자신을 붙잡아 줄 바텐더는 연인일 수도 있지만, 트럭을 몰고 달리는 그녀 자신일 수도 있다. 비록 혼자라 할지라도, 라나 델 레이는 의지할 상대가 없는 서글픔 속에서도 버틸 수 있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파파라치들의 카메라 소리 속에서도 “하하하, 하-” 거리며 웃을 수 있다.
그렇지만 애달픈 여름날의 멜로드라마 서사를 만들어내던 그 아티스트가 어디로 간 것은 아니다. 택시를 부르지 말아 달라며, 뒷좌석에 앉아 연인의 옷을 깔고 앉은 채 흐느끼는 “Happiness is a butterfly”는 Born to Die 앨범의 구슬픈 로맨스 트랙들을 생각나게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억지로 짜낸 우아한 슬픔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 대신 짙어진 그녀의 보컬이 들려주는, 유달리 남다른 호소력이 빛을 발한다. 작가 나다니엘 호손의 말처럼 행복은 아름답지만, 쉽게 잡을 수 없기에 나비와도 같은 것이다. 어쩌면 가만히 앉아 기다리는 것이 그 방법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자신 같은 여자가 가지기에 희망은 너무나 위험한, 라나 델 레이의 세계에서는 말이다.
(원 게시일: 20.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