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n This Way

album by Lady Gaga

by 감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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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히 당시, 2011년의 레이디 가가였기에 나올 수 있었던 작품. 기괴함과 과격함 속에 자신의 진솔한 생각을 거침없이 풀어 놓는다.

뿔 메이크업, 신성 모독, 그리고 첫 주 앨범 덤핑 등 Born This Way는 무수한 논란을 만들어 낸 음반이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이 레이디 가가라는 뮤지션이 보여줄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을 가장 극한으로 총망라하여 선보였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에 전위적인 비주얼을 결합한 전작 The Fame Monster에서 그치지 않고 한 발짝 더 나아가 그녀는 소포모어 스튜디오 앨범에서 더 깊고 더 넓어진 음악을 전달한다.


싱글로 내세웠던 곡들은 대체로 대중적인 색채의 댄스 팝이지만, Born This Way의 정수는 다른 곳에 있다. 기괴한 비명이 신경을 자극하는 “Bloody Mary”, 퍼레이드 행진곡처럼 들리는 “Highway Unicorn (Road to Love)”, 다듬어지지 않은 록 사운드의 “Electric Chapel”, 어두운 그루브를 뽐내는 “Heavy Metal Lover” 등의 트랙은 기존보다 다양한 장르 영역의 음악을 들려주겠다는 레이디 가가의 포부에 더해 파격에 파격을 더하던 그녀의 이미지가 잘 맞아떨어졌기에 가능했던 결과물이다. 엉터리 독일어가 들어간 “Scheiße”, 존 F. 케네디를 스스럼없이 부르는 “Government Hooker” 등에서도 일반적인 클럽 튠 댄스 트랙도 한 가닥 꼬아보려는 그녀의 시도가 느껴진다.


그렇다고 싱글 컷 된 트랙들이 진부하다는 소리는 아니다. 타이틀 트랙이자 첫 싱글 “Born This Way”는 표절 논란과는 별개로 은유에 기대지 않는 직설적인 표현으로도 세련된 LGBT 앤썸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성대한 “The Edge of Glory”는 명실상부한 그녀의 탑 티어 트랙이다. 앨범의 오프너인 “Marry the Night”도 초반부 트랙치고는 살짝 힘이 과하긴 하나 (심지어 댄스 브레이크까지 들어간) 근사한 댄스 팝으로 기선을 제압해준다. 파워 넘치는 NRG 팝인 “Hair”는 더 빛을 보지 못한 것이 참 아쉬운 곡이고, “Judas”도 논란을 제외하고 보면 나름대로 괜찮은 댄스 팝이었다. 하이라이트는 브라이언 메이가 참여한 피아노 록 발라드 “Yoü and I”다. 퀸의 쿵쿵-짝 비트를 빌려와 그 위에 얹은 근사한 멜로디가 만들어낸 결과물은 흔히 대중들에게 각인된 레이디 가가답지 않으면서도 역설적으로 참 그녀다운 노래다.


물론 칭찬만 늘어놓을 앨범은 아니고, 당연히 부족한 부분도 존재한다. 동성 결혼 탄압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노래로 풀어내는 “Americano”는 애매한 라틴풍의 프로덕션과 “라랄 랄랄 랄랄라-” 하는 훅이 영 촌스럽고, 인트로에서 일렉 기타로 한껏 거친 분위기를 이끄는 “Bad Kids”는 후렴에서 급속도로 양산형 댄스 팝으로 전락해버린다. 가사에서 전달하는 메세지도 비행 청소년이라는 주제를 지나치게 얄팍하게 풀어내면서 무게감 없는 응원가로 자리할 뿐이다.


의외로 스페셜 에디션의 추가 트랙들이 본편보다 더 괜찮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레이디 가가와 가까운 사이였던, 먼저 세상을 떠난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에게 헌정하는 “Fashion of His Love”는 분위기가 뜬금없이 밝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복고 디스코 풍 분위기와 멜로디가 매력적이고, “The Queen”은 웅장한 느낌과 더불어 대체로 타인을 응원하던 앨범의 다른 트랙들과 달리 자기 자신에게 손길을 내미는 가사가 돋보인다. 이에 비하면 밋밋한 댄스 트랙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새로운 도시 뉴욕에서 느낀 새로움을 흑인 예수로 표현한 “Black Jesus † Amen Fashion”의 은유 또한 근사하다. 그리고 이런 곡들이 단순히 앨범 끝에 연달아 붙어있지 않고, 기존 트랙들 사이를 메꿔놓은 것을 보면 앨범의 구성에 대한 레이디 가가의 고심이 느껴진다. 이외 리믹스 트랙들은 사실 언급할 거리가 없긴 하지만, 그중에서도 “Country Road” 버전의 타이틀 트랙은 이 노래가 거창한 팝 프로덕션을 빼놓고도 잘 만들어진 곡임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어쨌든 이런 Born This Way가 레이디 가가의 커리어에서 주요한 포인트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 ARTPOP으로 상업/비평적인 추락을 맛보기 전 마지막 불씨인 점도 있겠으나), 거대한 에고가 크게 드러난 앨범이면서도 상당히 개인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음반이라는 사실이다. 당연히 그녀의 가장 자전적인 앨범은 2016년의 Joanne이겠지만, 레이디 가가의 “생각”이 가장 많이 투영된 작품은 단연 본작이다. 당시 일루미나티 논란의 화룡점정을 찍은 “Judas”는 물론 로맨스에 대한 비유이기도 하나 예수와 유다의 관계에 대한 그녀만의 해석이기도 하고, 따지고 보면 “Born This Way”의 소수자 인권운동 가사 - 신은 완벽하니, 그의 피조물인 우리 모두 완벽하다! - 는 참으로 기독교 신앙적인 접근법이다.


앨범에서 레이디 가가는 더 나아가 페미니즘을 논하기도 하고,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미국에 대해 스스럼없이 비판을 가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자신의 가장 어두웠던 과거도, 가장 애달팠던 사랑도, 그리고 가장 절절하면서도 영광스러웠던 가족의 죽음을 속 시원하게 털어놓는다. 단순히 이야기들을 구구절절 읊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음악에 각기 다른 방식으로 옮겨 풀어내기에 뮤지션으로서의 정체성과 개인 스테파니 저마노타의 균형을 유지하는 영리함이 느껴진다.


흔히 가토바이라고도 불리는 기괴망측한 앨범커버부터 당시 내뱉었던 수많은 자극적인 발언들과 퍼포먼스는 분명 과잉으로 느껴지는 측면도 있지만, 이 앨범을 통해 레이디 가가는 확실히 그저 멋들어진 댄스 음악을 하는 여가수에 머무르지 않고, 자기 자신을 적극적으로 작품에 투영하는 뮤지션으로 발돋움했다. 역설적 이게도 과도한 에고 속에 진실한 자신을 내비친 앨범이다. 시대의 아이콘으로 레이디 가가를 정의하는 것은 The Fame과 The Fame Monster일지 몰라도, 뮤지션으로서의 그녀를 정의하는 것은 아마 Born This Way일 것이다.


(원 게시일: 20.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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