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tar Is Born Soundtrack

album by Lady Gaga & Bradley Cooper

by 감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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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있어 영화가 완성되었고, 영화였기에 음악이 더 아름다웠다. 두 음악인과 영화인의 제2의 커리어 탄생을 알리는 찬란한 순간.

재즈 거장 토니 베넷과의 듀엣 앨범 Cheek to Cheek으로 시작해 컨트리 요소를 대거 받아들였던 앨범 Joanne을 거쳐 다시 쌓아 올려진 레이디 가가 커리어의 제2막은 A Star Is Born으로 비로소 완성되었다. EDM과 함께 몰락했던 그녀가 이런 기성세대의 음악을 가지고 부활하리라고 감히 누가 예상했을까. “Shallow”를 빌보드 1위에 앉혀준 2019년 초의 아카데미 시상식 퍼포먼스만 봐도 느낄 수 있다. A Star Is Born의 음악적인 성공은 전적으로 레이디 가가의 역량과 스스로에 대한 그녀의 진중한 고찰 덕분이다.


힘들었던 데뷔 전 자신의 이야기가 적잖이 반영된 듯한 영화 속 그녀의 연기도 물론 훌륭했지만, 아무래도 본업이 뮤지션인 덕에 그녀가 사운드트랙에서 맡은 곡 하나하나가 다 굵직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의 메인 주제곡과도 같은 브래들리 쿠퍼와의 듀엣곡 “Shallow”는 아카데미 주제가상 수상과 (비록 수상은 불발했지만) 그래미 어워즈 올해의 노래/올해의 레코드 후보 지정이 단연코 아깝지 않았던 트랙이었다. 그다음 해에 그래미 노미네이션의 바통을 이어받은 레이디 가가의 솔로 곡 “Always Remember Us This Way” 또한 진중한 무게감과 감미로운 멜로디의 결합이 뛰어난 시너지를 발휘하고, 대망의 미를 장식하는 “I’ll Never Love Again”은 마치 휘트니 휴스턴과 같은 디바형 여가수로서의 그녀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다. 영화의 초반, 중반, 그리고 후반부 하이라이트를 담당하는 이 세 트랙에서 감정의 절제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단순히 과잉으로만 흐르는 것이 아니라 작중 그녀가 분한 캐릭터 앨리를 통해 기존 레이디 가가의 음악들보다 세련되게 소화되는 것이 느껴진다.


컨트리 록 가수에서 “상업적인” 팝 여가수로 변모한 앨리 메인을 나타내기 위해 만들어진 음악들이 선보이는 매력도 이에 굴하지 않는다. 제목부터 2017년 코첼라 공연에서 기습 공개된 “The Cure”의 후속작처럼 느껴지는 “Heal Me” 그리고 “Hair Body Face” 같은 일렉트로 댄스 트랙들은 어떻게 하면 현시대의 팝을 적절히 구현해낼 수 있을까 하는 제작진의 고심과 노력의 산물임이 느껴진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단연 “Why Did You Do That?”이다. 작중 앨리와 잭슨이 빚는 본격적인 갈등의 기폭제가 되어야 하는 만큼 특히나 “좋지 못한” 댄스 팝이 나와야 하는데, 정말로 신나면서도 레이디 가가의 보컬 색채와 트로피컬 하우스 풍의 프로덕션이 이뤄내는 부조화를 통해 소위 “구린” 포인트를 딱 잡아낸 그 묘한 탁월함을 칭찬할 수밖에 없다. 의도적으로 별로인 노래를 만드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니까 말이다.


음반의 무게감은 레이디 가가에게 전적으로 쏠려 있지만, 영화의 감독이자 주연이었던 브래들리 쿠퍼 또한 의외의 노련한 록스타 이미지를 훌륭하게 드러낸다. 오프닝 트랙인 “Black Eyes”나 “Alibi”에서는 화끈하고 섹시한 록 뮤지션의 이미지를 제대로 보여주면서도, “Maybe It’s Time” 같은 컨트리 발라드 트랙에서는 감성적이면서도 내면에 상처를 지닌 남성의 속내를 원숙하게 보여준다. 후반부에 들어간 “Too Far Gone”은 영화 속에서 몰락해가는 그의 캐릭터를 담담하면서도 애끓게 표현하고 있고, “I’ll Never Love Again”의 맨 마지막 부분에서 짧게 등장하는 그의 보컬은 참 뻔한 수법이지만 감성을 제대로 자극한다.


“Is That Alright?”처럼 본편에서는 편집되었거나 “Diggin’ My Grave”, “I Don’t Know What Love Is”처럼 영화 속에서 짧게 스쳐 지나가는 트랙들까지도 대충 만든 느낌 없이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퀄리티를 선보이는 것만으로도 음반의 밀도 있는 구성은 확실히 느껴진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각종 인터루드나 다이얼로그 등의 수록은 그저 영화 속 음악들을 담아두기만 하던 기존의 사운드트랙 앨범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음악이 전면에 들어간, 음악가들의 얘기를 다룬 음악 영화인 것을 고려하여 작품을 귀로 되새김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역할이 되게 하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영화도 히트를 거뒀고, 음반 자체만 해도 600만장 가량의 판매고를 올렸으니 브래들리 쿠퍼와 레이디 가가, 아니 잭슨 메인과 앨리 메인의 승리다.


(원 게시일: 20.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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