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k by Linkin Park
야간근무의 장점은 잘 시간에 생활관에 있지는 못해도, 그 시간에 TV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저께는 TV에서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방영해줬다. 벌써 나온 지 13년이 된 그 영화다. 많은 남자 아이들처럼 나는 그 휘황찬란한 거대 로봇 영화에 미쳐있었고, 내 수집 인생의 시작이었던 레고와 현재진행형인 팝 음반 사이에는 트랜스포머 피규어가 있었다. 하지만 향수를 가장 크게 자극하는 것은 역시 음악이다. 제대로 팝을 듣기 전 영화가 끝나고 흘러나오는 “What I’ve Done”은 가사의 의미도, 곡의 주인인 린킨 파크가 어떤 밴드인지도 몰랐던 나에게도 꽤 멋졌다. 어쩌면 내 팝 리스닝 일대기의 뿌리는 록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체스터 베닝턴이 떠난 지는 벌써 3년이 다 되어가고, 이 영화 시리즈는 갈수록 처참한 평가를 받다 용두사미 격으로 마무리되었다. (난 5편은 관람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가끔 TV에서 틀어주는 영화를 보고, 불현듯 생각나 이 노래를 재생하게 되면 나는 내 어린 시절을 그대로 담고 있던 향수에 그대로 잠긴다. 가사에서는 지금의 자신을 가로질러 자신이 했던 과오를 씻어내려고 하지만, 나는 차마 그럴 수 없다. 철없고 한심했던 그 순간들이 쌓아져 내가 된 것이니까. 언젠가 이 글도 다시 읽기는 좀 부끄러워질 수도 있고, 어쩌면 블로그가 그저 내 인생의 한 시기로만 남을 수도 있다. 그래도 그것 또한 나다. 내가 영화가 끝나고 노래와 함께 엔딩 크레딧이 등장함에도 쉽사리 채널을 돌릴 수 없던 것은 그런 추억 때문이었다. 물론, 노래도 훌륭하다.
(원 게시일: 20.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