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k by Carly Rae Jepsen
시간이 지나도 참 늙지 않는 곡이 있다. 프로덕션이 특별히 세련되거나 하는 곡은 아니지만, 풋풋한 감성 하나만으로 “Call Me Maybe”는 발매된 지 10년을 바라보는 지금에도 여전히 어제 나온 노래 같다. 개인적으로는 팝에 제대로 입문하기 살짝 전에 나온 노래라 이 광풍에 직격타를 맞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른다. 어쨌든 다이아몬드 인증을 받고, 빌보드 싱글 차트의 정상에서 9주 동안 군림했던 노래는 역사가 되어버린 지금 시점에서 뒤돌아보면 그런 히트의 정당성을 충분히 가진다. 첫눈에 반해버린 남자를 향한 구애의 메세지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공감할 법한 친근한 이야기고, 훅에 들어간 스트링 사운드는 과하지 않게 노래를 맛깔나게 살려준다. 친근한 옆집 소녀 같은 칼리 레이 젭슨의 음색도 매력적이다. 빌보드가 21세기 최고의 훅이라고 평한 후렴은 물론 과장도 좀 있겠지만 그 표현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리고 이 대단한 노래에서 또 하나 주목할만한 점은 노래에 참여한 인물이 겨우 세 명이라는 사실이다. 크레딧에 올라가 있는 인물들은 칼리 레이 젭슨 본인과 그녀의 밴드 멤버이기도 한 타비쉬 크로우(Tavish Crowe) 그리고 프로듀서 조쉬 램지(Josh Ramsay) 이 셋이 전부다. 아이러니하게도 2010년대 최고의 히트 싱글 중 하나는 히트 메이커 작곡가와 프로듀서의 손길 없이 탄생한 것이다. (심지어 맨 처음에 노래는 포크 팝이기까지 했다) 많은 이들이 그녀의 아이돌 같은 이미지만을 보느라 주목하지 않았지만, 칼리 레이 젭슨의 훌륭한 멜로디 메이킹 능력은 이 노래에도 깃들어 있었다. 팝 마스터로서 커리어를 이어오고 있는 칼리 레이 젭슨의 발목을 여전히 잡는 곡이긴 하지만, 분명 그녀의 능력이 성공시킨 히트였기 때문에 미워할 수 없는 곡이다.
아, 물론 “Call Me Maybe”를 논할 때 바이럴과 meme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다. 당시 저스틴 비버와 셀레나 고메즈가 올린 동영상에 이 노래가 들어가지 않았으면 이렇게 대중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을 테니까. 그의 뒤를 이은 케이티 페리 등의 스타들이 영상의 배경음악으로 이 노래를 사용하고, 이에 일반 대중들이 반응하여 만든 온갖 패러디 영상까지 노래는 정말로 붐이었다. 아니, 어쩌면 이런 것들이 동시에 노래가 길게 히트할 수 있던 또 다른 원동력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2019년 “Old Town Road”의 메가 히트 이후 틱톡이라는 플랫폼 위주로 돌아가는 지금의 바이럴 히트보다 “Call Me Maybe”는 “진짜 히트”처럼 느껴진다. 2010년대 초에 대한 향수 때문에 이렇게 느껴질 수도 있긴 하겠지만 말이다. 물 건너 미국 친구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다.
(원 게시일: 20.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