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 Has No Time

track by Keane

by 감귤

물론 앨범의 모든 곡에 톰 채플린은 영혼을 불어넣으면서 노래하고 있지만, 이 노래에는 유달리 그의 감정이 실려있다. 그도 그럴 것이, 바로 노래가 그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작은 관심조차 주지 않는 여자를 짝사랑하며 괴로워하던 그를 위해 팀 라이스 옥슬리가 이 곡을 썼다고 한다. 보통 그러면 위로하는 노래를 썼나?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인데 정작 노래는 잔인하리만큼 그 슬픈 상처를 후벼 판다. “넌 네 삶이 별 볼일 없다고 생각하지. 널 생각하는 이 하나 없다고. 그녀는 본인 갈 길만 갈 뿐.” 사랑에 버림받으니 온 세상이 자기를 저버린 것 같은 그 느낌을 그대로 담아낸다. 그리고 등장하는 “그녀가 말하네, 지금 너를 위해 쓸 시간은 없다고.” 후렴의 이 짧은 문장이 너무나도 아프다. 마치 길게 말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하는 그 냉정함처럼 들려서.


사실 이 곡은 킨이 아일랜드 레코드 사와 계약을 맺기 한참 전 펍에서 공연을 하면서 활동하던 시기 직접 만들어 판매했던 싱글 “Wolf at the Door”에 데모로 먼저 수록되었다. 당시 기타리스트였던 도미닉 스콧이 있을 때 만들어진 곡이라 Hopes and Fears 버전에는 들을 수 없는 찰랑거리는 어쿠스틱 기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전체적으로 덜 다듬어져 있는데, 만듦새는 제임스 생어가 프로듀싱한 앨범 버전에 물론 비교할 수 없겠지만, 노래가 다루고 있는 주제가 주제라 그런지 이런 정제되지 않은 느낌만의 매력도 있다. 슬픔을 억누르며 노래하는 것이 Hopes and Fears라면, 데모에서는 마치 마음껏 슬픔을 토해내는 것 같다.


(원 게시일: 20.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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