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 by Grimes
인트로에서 가장 먼저 등장해 주 골격을 이루고 있는 전자 기타 사운드가 전작 Art Angels를 생각나게 한다. 후렴에서 뒤에 깔리는 괴성을 들으면 그 앨범에서 시종일관 비명을 지르던 “Scream”도 느껴지는데, 전반적인 만듦새에 대해서는 아웃테이크처럼 들리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선명한 멜로디와 “The boys are such a bore-” 하는 부분의 캐치함은 확실하긴 하나 주된 멜로디의 매력이 다소 약한 편이다. 게다가 먼저 공개된 두 트랙이 기존 앨범의 색채를 많이 씻어낸 탓에, 그 둘과 비교하면 전작의 연장 선상에 있는 이 곡은 좀 아쉬운 면이 있다. 그래도 공격적인 누-메탈 스타일의 기타 리프와 잔뜩 겹쳐지는 보컬이 조성하는, 각종 신화 속 유황불로 타오르는 지옥의 분위기는 흥미롭긴 하다.
본래 제목은 노래에서 종종 반복되는 가사이기도 한 “That’s What the Drugs Are For”였다는데, 아무래도 마약에 대한 언급이 좀 부적절하다는 레이블의 의견에 따라 지금의 제목으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그라임즈 본인은 이런 일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하지만, 바뀐 타이틀이 다행히 곡의 분위기에는 어울리는 것 같다. 각각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쓰인 가사들이 랜덤하게 모여서 그런지 특정한 내러티브를 드러내기보다는 혼란스러움이 가득한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점이 화자의 미쳐 돌아가는 정신상태를 표현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쩌면 이렇게 마구잡이로 만들어진 것도 그럴듯한 결과물로 보인다는 것이 그라임즈의 매력이다.
(원 게시일: 20.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