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 by Grimes
그라임즈는 Visions를 시작으로 해서 점차 자신의 음악에서 보컬의 선명도를 올렸지만, “4ÆM”에서는 사뭇 초기 음악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에스닉한 분위기를 가득 풍기는 벌스에서 살랑이는 목소리는 마치 고대 마녀들의 알아들을 수 없는 주문처럼 들린다. 그런가 하면 드럼 앤 베이스 장르로 과격한 전환을 선보이는 후렴 속 보컬은 마치 전투 로봇의 AI 프로그램이 낼 법한 차갑고 건조한 음성으로 탈바꿈한다. 기괴하면서도 댄스 무브를 겨냥한 Violence 못지않게 신나는 테크노 댄스 트랙이다. 박진감 있게 끊임없이 요동치는 비트는 제목처럼 늦은 새벽 4시에 도로에서 오픈카를 타고 질주하는 시원한 느낌을 만들기도 한다. 물론 그 장소는 21세기보다는 22세기 기계 사회의 고속도로에 가깝겠지만.
본인의 설명에 따르면 노래는 인도 영화 <바지라오 마스타니>의 사운드트랙 중 하나인 “Deewani Mastani”라는 곡을 샘플링한 트랙이라고 한다. 흔히 생각하기에 벌스의 분위기를 듣고 그 파트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큰 오산이다. 사실은 쉴새 없이 반복되는 훅의 “나나나나-” 파트가 바로 음악에서 샘플링된 부분이다. 단순히 음악뿐 아니라 가사까지 여주인공 마스타니의 입장에서 (사이버펑크적인 해석을 가미해서) 썼다고 한다. 인도계인 양아버지를 둔 덕에 힌두 문화에 익숙한 탓도 있겠지만, 국적과 매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소스를 선택하는 감각은 참 타고난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이를 뻔하게 재해석하지 않고 한 번 더 비틀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기까지 하니, 이는 좀 부럽게도 느껴진다.
(원 게시일: 20.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