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 by Grimes
팝의 색깔을 완전히 펼친 Art Angels의 “Belly of the Beat”와 같은 트랙이 어쿠스틱 프로덕션을 갖추긴 했지만, “Delete Forever”는 그것을 넘어 컨트리/포크로 나아간다. 주선율을 이루고 있는 기타 리프는 어디서 따왔는지는 몰라도 정말 기가 막힌 샘플링이고, 그 위에 곁들여지는 밴조 선율은 차가움이 가득 깃든 우주의 공간감을 덧붙인다. 정점을 찍는 것은 보컬이다. 기존의 팔세토 창법을 버리고 건조하게 노래하는 클레어 부셰의 음색은 이 스페이스-컨트리 트랙에 따스함과 서글픔을 가득 쏟아낸다. “우!” 하는 추임새와 음음- 거리는 허밍은 트랙의 멜랑콜리함을 극대화하니, 노래가 끝나고 오묘한 슬픔의 정서에 젖게 되는 것은 어쩌면 아주 당연한 일이다.
본래 “Black Swan Blues”라는 제목이었던 곡에서 그라임즈가 노래하는 주제는 바로 약물 중독이다. 젊었을 때부터 약물로 단명한 친구들을 생각하며 쓴 가사에는 삶을 파괴하는 마약이라는 수렁과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달콤한 중독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태양을 향해 날려, 이 망할 헤로인들. 그것들은 점차 내 근거와 핑계가 되어버리지.” 일방적인 설교 대신에 그라임즈는 이 시대를 차지하고 있는 악마를 바라보는 심경으로 마약 문화를 꼬집는다. 그녀는 래퍼 릴 핍 이 죽은 날 그 충격을 그대로 떠안은 채 이 곡을 작곡했다. “Delete Forever”는 그런 그를 향한 추모곡이기도 하겠지만, 동시에 빠르게 질주하는 삶 속에 점차 내면이 망가져 가는 우리 세대에 대한 헌사이기도 하다.
(원 게시일: 20.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