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ORU

song by Grimes

by 감귤

댄서블한 순간들도 있지만 대체로 우울하고 무거운 주제로 흘러가던 앨범의 끝에는 순수한 사랑을 향한 찬가가 기다리고 있다. “아름다운 게임을 하고 싶어. 우리가 패배한대도 말이야. 하지만 난 당신을 사랑해. 당신을 사랑해.” 새로운 신과 악마들이 세상을 점령하고 있고, 우리를 스쳐 가는 많은 것들이 우리를 좌절시키지만 그럼에도 그라임즈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그녀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유별나게 낙관적인 “IDORU”는 사실 이미 숱하게 불려온 주제 – 사랑 - 를 노래하기 때문에 뻔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21세기, 그리고 2020년대의 첫해의 절반을 넘긴 지금 되돌아보면 이 진부한 이야기는 그 어느 때보다 지금 가장 강조될 필요성이 있다.


뷔욕을 생각나게 하는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와 몽환적이고 부드러운 신스, 가볍게 살랑거리는 보컬의 색은 벚꽃이 만개한 봄날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가사에서 반복되는 “게임”이라는 단어까지 가세하니 노래는 일본 비디오 게임의 사운드트랙으로도 손색없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본인이 가졌던 추억을 다루고 있기도 한 트랙이다. 지금은 해어진, 전 애인을 향해 쓴 곡인데, “왜냐면 당신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었으니까”라는 가사가 (아마도) 그가 소개해준 뮤지션을 가리키는 것에서 이러한 뒷이야기를 볼 수 있다. 손가락이 떨린다는 등의 섬세한 표현 속에서 진실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데, 전 인류에 대한 사랑처럼 들리는 노래에 이렇게 개인사가 담겨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원 게시일: 20.07.12.)

keyword
작가의 이전글Delete Fore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