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st Time

song by Carly Rae Jepsen

by 감귤

일본에서만 단독으로 발매된 E•MO•TION Remixed +의 프로모셔널 싱글로 먼저 선보여진 곡이다. 발랄한 분위기 덕에 첫눈에 반한 사랑을 노래하는 트랙 같지만, 실상은 많이 다르다. “내 마음이 무너질 때마다, 넌 늘 처음 있는 일처럼 느껴지게 해.” 즐겁기 그지없는 무드와는 정반대로 이별을 논하는 칼리 레이 젭슨의 모습에서는 E•MO•TION의 타이틀 트랙이 연상된다. 그러면서도 새침한 보컬 톤은 2012년의 Kiss 앨범까지도 연상시킨다. 언제 만들어진 곡인지는 몰라도, 그 두 앨범이 가진 느낌이 반반 정도로 섞인 듯한 과도기적인 감상을 들게 하는 노래다.


훵키한 리듬과 시원하게 뿌려지는 신스 사운드는 역시나 훌륭한 칼리 레이 젭슨과 80년대 팝의 궁합을 재확인하게 만든다. 리드미컬한 퍼커션이 노래의 감칠맛을 돋구는 가운데, 본격적으로 레트로 느낌을 겨냥한 낡은 라디오나 카세트 테이프에서 재생되다 끊기는 듯한 인트로도 매력을 더한다. 아주 살짝 속도를 낮춘 채 기타 선율을 강조하는 브릿지는 아련할 수밖에 없는 로맨스의 끝을 잠시 조명하지만, 이내 하! 하는 소리와 함께 재등장하는 그녀의 유쾌한 보컬은 노래를 끝까지 쿨하게 이끌고 간다. “우리 지나치게 감정적이지는 말자고.” 이별의 순간에서 이런 멘트는 다분히 얄밉게 느껴지겠지만, 칼리 레이 젭슨의 노래이기에 용서할 수 있다.


(원 게시일: 20.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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