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at

song by Carly Rae Jepsen

by 감귤

음악적인 변신의 서막을 알린 그 첫 번째 발걸음이었다. 칼리 레이 젭슨이 프린스를 연상시키는 80년대풍 발라드 곡을 이렇게 능숙하게 소화해낼 수 있는 아티스트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스카이 페레이라의 “Everything Is Embarrassing”과 같은 웰-메이드 팝 트랙에 공동 작곡가로 이름을 알린 (그리고 그녀와 이후로도 협업을 이어나가게 되는) 데브 하인즈와 함께한 “All That”은 그녀가 단순히 80년대 음악의 바이브를 그저 첨가물 따위로만 사용하지 않고, 제대로 이해하며 깊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흔히 업 템포 팝으로만 칼리 레이 젭슨을 기억하던 이들에게 첫인상은 어색할 수도 있겠지만, 여러 번 거쳐 들을수록 그 진하면서도 섬세한 감성에 빠져들게 된다.


고혹적으로 노래를 받쳐주는 베이스와 감미롭게 반복되는 신스 리프만으로도 곡은 거의 완벽에 가깝지만, 여린 음색으로 순수한 사랑과 헌신을 약속하는 가사가 정점을 찍는다. “그대가 바다에서 길을 잃을 때 등대가 되어줄게요/그대가 집이라 부를 수 있는 장소가 되어줄게요.” 그녀는 섣불리 사랑이란 단어를 말하지 않는다. 연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도 않는다. 그 대신 칼리 레이 젭슨은 그를 향해 거기 있어 주는 친구가 되어주겠다고 소박하게 말한다. 그저 두 팔에 자신을 품어달라고 간청하며, 당신만을 위한 “그 사람”이 되게 해달라는 노랫말은 간결하면서도 사랑이라는 감정의 핵심을 잡아내고 있다. 그녀는 그렇게 직설적인 표현을 들어내고 그 자리에 짙은 감정을 채워 넣는다.


(원 게시일: 20.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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