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 by Carly Rae Jepsen
가장 먼저, “Run Away”는 좋은 오프닝 트랙이다. 조지 마이클의 “Careless Whisper” 이래로 가장 매력적이라는 수식어를 종종 듣기도 하는 색소폰 사운드로 힘차게 시작하는 노래는 칼리 레이 젭슨이 이끄는 여정의 서막을 웅장하게 알린다. 마치 항해를 나서기 전 출항을 알리는 신호탄을 듣는 기분이다. 자신을 그 (차마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으로 데려가 달라며, 함께 달아나자고 외치는 칼리 레이 젭슨의 목소리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녀가 뻗은 손을 잡고 같이 달려나가게 된다. 그녀와 함께라면 그 어떠한 산전수전을 겪어도 모두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노래는 다양한 사랑의 감정을 조망하는 E•MO•TION을 맞아들일 준비를 단단하게 시켜준다.
그리고 “Run Away with Me”는 훌륭한 커리어의 새 출발이다. 물론 앞서 발매된 트랙들은 그녀를 차근차근 일차원적인 여성 팝 뮤지션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게 해줬지만, 칼리 레이 젭슨의 진정한 새 시작은 이 노래가 이끌었다. 당연히 히트했어야 할 것 같았던 노래는 아이러니하게도 상업적으로는 제대로 차트 진입도 이뤄내지 못했지만, 그 덕분인지 정반대로 평론가들과 팝 팬들의 사랑을 넘치게 받는 싱글이 되었고 온갖 결산 리스트에 오르며 그녀를 메인스트림과 인디의 경계선의 선 팝의 새로운 여왕으로 만들었다. 어쩌면 201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평론계의 “Poptimism”, 그러니까 팝 음악의 예술적인 가치에 대한 인식 변화는 이 노래가 진정으로 일궈낸 것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Run Away with Me”는 완벽한 팝 싱글이다. 이런저런 외부적인 요인을 다 떼어놓고 보더라도, 흔히 우리가 팝이라는 장르에 요구하는 모든 것들을 이 노래는 빠짐없이 가지고 있다. 강렬한 인트로와 천천히 쌓아 올려져 마지막에 크게 터지는 하모니, 한번 들어도 귓속에 맴돌게 되는 중독적인 멜로디와 모든 것을 빨아들일 듯한 거대한 후렴, 그리고 음악의 원초적인 정서라고 인식되는 사랑을 노래하는 가사까지 모든 요소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브릿지에서 “주말 동안, 우린 세상을 금으로 물들일 거야” 하고 노래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늘 하나의 풍경을 그려낸다. 드넓은 푸른 초원에 어느새 석양이 지고 있고, 그 햇빛에 들판은 금빛으로 변한다. 나는 그녀의 손을 붙잡고, 그녀는 나의 손을 붙잡는다. 지나치게 이상적이어서 이 세상에 존재하지 못할 그런 모습이 펼쳐진다. 자연스레 뭉클함을 자아내게 만드는 노래는, 감정을 고취 시키는 음악의 근원적인 목적과도 맞닿아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러니 함부로 쓰기 어려운 완벽이라는 말은 이 노래에 전혀 과분하지 않은 수식어다.
(원 게시일: 20.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