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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귤 Oct 13. 2021

Radio Song

song by R.E.M.

유튜브에서 80~90년대 정도에 나온 음악을 듣다 보면, “나는 시대를 잘못 태어났어”와 같은 댓글을 볼 때가 종종 있다. 지금의 음악 보다 과거의 것들을 선호하는 그 사람들의 취향을 생각하면 이해는 가는 말이지만, 따지고 보면 그네들이 이런 댓글을 달 수 있는 것도 다 지금 태어난 덕분이다. 주류 미디어가 송출하는 음악을 일방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들의 기호에 맞는 음악을 시대 구분 없이 자유로이 찾아 듣고 발견할 수 있는 것은 21세기의 기술 발전이 낳은 선물이다. 아마 그렇게 과거에 태어나길 원하는 그들이 진짜 그 시절에 태어났다면? 이런 음악을 알고 향유 했을 확률은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는다. 내가 좀 삐딱한 성격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배부른 줄 알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그래서 쟁글대는 기타 선율과 감칠맛 도는 바이올린 멜로디, 그리고 KRS-One의 랩에 맞춰 마이클 스타이프가 구수한 목소리로 “라디오에서는 계속 같은 노래만 나오고, 그게 날 슬프게 하네”라 말하는 “Radio Song”을 듣다 보면 나는 21세기에 태어난 것을 감사히 여기게 된다. 인터넷 덕분에 내가 태어나기도 전 저 멀리 바다 건너 미국에서 발매된 R.E.M.의 곡을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원하는 음악은 대부분 찾아 들을 수 있고, 게다가 라디오가 그렇게 지배적인 매체는 아닌 곳에 살고 있으니 “디제이들은 구리다”고 외치는 이 노래의 심술 가득한 메세지에 완전한 공감은 불가능하다. 다만 할 수 있는 건 흥겨운 추임새와 신나는 리듬에 몸을 덩실대는 것뿐. 하지만 이것도 충분하다고 본다.


(원 게시일: 20.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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