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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귤 Oct 13. 2021

Common People

song by Pulp

블러와 오아시스가 한창 결투를 벌이던 시절, 그 사이에서 유유히 왕좌를 차지했다는 펄프의 역사를 노래 하나로 축약하자면 브릿팝의 영원한 송가로 기억될 이 노래가 될 것이다. 자비스 코커가 대학에서 만난,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쁜 노동계급의 가난을 그저 “낭만”으로 생각하며 그들처럼 살기를 원하는 그리스 여인과의 이야기를 다룬 가사를 보다 보면 내 삶이 떠오른다. 내가 고심하며 쓸 돈을 대수롭지 않게 쓰던 지인들의 모습이나, 어디 어디에 집이 있다는 친구의 얘기를 들으며 속으로 우리 가족이 전세로 집을 옮겨 다닌 횟수를 계산하던 추억 등 말이다. 그래서 후반부로 향하며 울분을 토해내는 자비스 코커의 목소리에 나는 어느새 가득 이입해, 그들이 내뿜던 90년대의 시대정신은 2020년에도 유효하다는 생각에 잠긴다.


그러다가도 또 드는 생각이 있다. 지금 내가 이런 생각으로 글을 쓰는 것도 누군가에겐 기만이 아닐까? 사람에게 가난이 정말 와닿는 순간은 문화적인 격차를 느낄 때라는 말을 본 적이 있다. 밥값 아껴가며 영화 티켓과 CD 음반에 돈을 썼던 나의 생활은, 누군가는 상상하지도 못할 사치일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식의 “프로 불편”한 심기를 내가 결코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직설적으로 가난을 꼬집는 노래에 함부로 나 자신을 투영하는 내 모습이 누군가에게 이 노래 속 여인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공감하고 싶지만 동시에 함부로 공감하기 두려워지는 곡이다.


글쎄, 어쩌면 내가 이런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그 “보통의 사람”들이기 때문일지도 모르지. 이러한 끝없는 딜레마에 젖다 보면 그냥 가사 따위는 잊고 이 신나는 리듬에 몸을 맡기고 싶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는 노래다.


(원 게시일: 20.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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