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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귤 Oct 13. 2021

Sunshine

song by Keane

시작은 약간 구슬픈 멜로디와 함께한다. 마치 먹구름에 휩싸인 어두운 날 사람 한 명 없는 고요한 숲길을 따라 걷는 느낌이다. 하지만 포근한 보컬이 등장하기 시작하면 이내 흐린 날이 맑아지듯 분위기가 한층 달라진다. 밝게 내리쬐지만 뜨겁지는 않은 햇빛이 몸을 감싸고 몽환적인 감각에 취하는 것 같은 트랙이다. 첫 후렴이 끝나기 전까지는 별다른 퍼커션 없이 건반으로만 진행되는데, 여기에 간결한 문장으로 구성되어 살짝 모호한 가사가 더해지니 신비로움이 물씬 풍긴다. 이어서 드럼 트랙이 등장하고부터는 작게나마 존재하던 불안감이 완전히 가시고 주변 풍경이 주는 아름다움에 몸을 맡기고 길을 거니는 모습이 그려진다.


곡의 특징을 두 가지 정도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일단은 벌스의 보컬을 팀 라이스 옥슬리가 맡았다는 사실이다. 이펙트를 많이 넣어서 그런지 톰 채플린의 목소리와 거의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으면 특유의 그 음색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의 곡 설명에 따르면 앨범의 트랙 중에서 유일하게 기타로 먼저 쓰인 곡이라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확실히 피아노가 적극적으로 리드하는 다른 트랙들과는 사뭇 다른 무드로 들려오는 것이 있다. 싱글로 컷된 곡은 아님에도 다른 곡들을 제치고 2010년에 공개된 Retrospective EP 2의 메인 트랙으로 실리기도 한 곡인데, 이걸 보면 은근히 멤버들에게 사랑을 받는 곡처럼 보인다. 그리고 노래가 주는 따사로운 느낌에 젖다 보면, 충분히 그 값어치를 하는 노래라는 생각이 든다.


(원 게시일: 20.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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