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배움이라는 말”
북토크 사전 질문 중 절반 이상이 창업에 관한 것이었다.
일을 하든, 회사를 다니든, 사람들은 결국 '자기만의 일', 자기만의 방 같이 나만의 것을 갖고 싶어하는 것 같다. 나만의 방식과 언어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은 욕망, 그것은 직장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김보희 대표의 창업 계기는 놀라울 만큼 단순하고 조용했다.
회사 가기 전 새벽 4시에 일어나 나만의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그 시간엔 글을 쓰거나 산책을 하거나, 다양한 놀이를 했다고.
그러다 어느 날, 걷다가 문득 ‘판을 흔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연스럽게 퇴사를 결정하게 됐다.
그때까지도 사업을 해야겠다는 계획은 없었다고 한다.
이제 막 군 전역한 20대 남자에게 해줄 세 가지 조언을 묻는 질문엔
다양한 경험을 하자, 2) 내가 초보인 걸 잊지 말자(쌓는 시간이 필요), 3) 체력이 너무너무 중요하다 이 세 가지를 전했다. 본인도 회사에 일할 때부터 다양한 장르의 책을 편집해봤고, 어떤 일이든 10년은 해봐야 감이 생긴다고 말하셨다. 본인도 10년차쯤 돼서야 편집자라는 직업의 중요성을 다시 깨달았다고 한다.
콘텐츠에 대해 이야기할 땐 한결 더 진심이 느껴졌다.
“책은 수신자를 모른 채 발송하는 일이라면,
콘텐츠는 내가 아는 사람을 떠올리며 만드는 것.”
뉴스레터에서 답장을 많이 받은 이유도 그런 ‘개인적인 편지’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본인의 콘텐츠엔 실수한 이야기 비중이 6~70%나 된다고.
그리고 뉴스레터를 ‘교환일기’라고 표현한 점이 인상 깊었다.
그 안에는 ‘응원하는 마음’이 있고, 내가 아는 사람이니까 답장을 하게 된다는 것.
창업 현실에 대한 조언도 솔직했다.
“겸업하면서 현타 맞지 말 것”, “고정수익의 중요성을 놓치지 말 것.”
실제로 동네 서점의 7~80%는 겸업 중이라고 한다.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결심이 필요하고,
자유롭지만 무서운 선택 속에서도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말이 공감됐다.
‘성장과 진화’는 어떻게 해야 할까?
대표님의 대답은 명확했다.
배우고 싶을 때, 일단 관련 강의를 듣고, 작게라도 ‘해본다’.
실행을 미루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의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지 짐작이 됐다.
좋은 콘텐츠는 감각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엉덩이 싸움’이라고 했다.
설계자의 의도를 추측해보는 놀이, 사람들 신발을 관찰하며 트렌드를 읽어보는 호기심 놀이 등,
일상을 미션처럼 해석하는 방식이 인상 깊었다.
출판사 대표로서의 고민도 공유했다.
터틀넥프레스가 추구하는 건 ‘에세이 기반의 실용서’.
읽고 나서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책.
책을 덮었을 때 창밖 풍경이 달라지면 좋겠다고 했다.
그 말이 오래 남았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마지막으로 ‘쉼’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다.
안식 3주, 안식월을 목표로 하고 번아웃과 보링아웃 사이에서 자신의 신호를 민감하게 포착해야 한다고.
‘몰아붙이기 전에 멈추기’ 그 짧은 문장에 담긴 무게가 컸다.
강연 중에 대표님이 “함께 배움”이라는 말을 두세 번이나 반복하셨다.
그 말에서 이미 그의 와이(why)는 충분히 전달된 것 같았다.
무엇보다 감명받았던 건 대표님의 ‘태도’였다.
강연 중 참석자의 이름과 배경, 좋은 말들을 공책에 하나하나 적는 모습.
경력으로는 이미 충분히 대단한 분인데도
그 진심 어린 태도에서 배울 점이 많았다.
19년차 편집자로 일하고 나서 창업은 또 다른 이야기였고
오히려 더 쏟아부어야 하는 일이라는 말엔, 한 번 카페 창업을 시도해본 나로서도 깊이 공감됐다.
그리고 많이 공감 된 부분은 나 역시 자기계발이라는 단어가 조금은 오염됐다고 느낀다.
하지만 그 본질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나를 바라는 데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아무것도 안 할 땐 불안하고,
그렇다고 계속 몰아붙이면 번아웃이 찾아온다.
지금 나는 그 중간 지점을 찾기 위해
나를 관찰하고, 질문하는 시간을 일부러 만들려 한다.
마음을 움직이고 몸을 움직이는 일은 결국 정성이 들어가야 하는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