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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PLERS Jan 20. 2021

공간

한계와 가능성

우리는 공간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5곳의 공간을 임차하고 있고 2곳의 공간의 운영을 대행하고 있다. 어려운 코로나 시기를 겪어오면서 '공간'을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 음식 자체를 상품화하여 온라인을 통해 배달하거나 배송하는 비즈니스로 확장 혹은 피벗의 유혹을 많이 느꼈다. 밀 키트를 만들어 배송해보고 반찬도 만들어 배송해보고 심지어 숙성회도 만들어 당일 퀵으로 배송하는 실험도 해봤다. 


잠시 매출을 올릴 수 있으니 다행이긴 하지만 음식을 상품화하여 배송해서 판다는 건 그동안 해온 비즈니스와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는 걸 느꼈다. 수많은 플레이어, 플랫폼들이 쟁쟁하게 버티고 있어서 과연 이 판에서 우리가 반짝반짝 빛날 수 있을까? 빛이 난다고 해도 그 빛이 영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우리가 잘하는 것, 우리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이게 맞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계속 되물었다. 


우리는 음식을 파는 일이 아니라 음식을 통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일을 한다는 답을 했다. 그러면서 '공간'에 대한 생각을 계속하게 되었다. 공간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우리가 만들고 고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에 공간은 과연 어떤 역할을 하는가? 물리적인 한계가 명확한 '공간'이라는 자원을 주기적으로 비용을 치러가며 유지할 의미가 있는가? 

공간은 한계가 있지만, 경험과 관계에는 한계가 없다.

공간은 많은 제약과 한계가 있지만, 공간에서 제공하는 경험과 공간을 통해 만들어지는 관계는 한계가 없다. 공간이라는 곳에서 단지 음식을 판다고 생각한다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지만 공간을 통해서, 음식을 통해서 뭔가 다른 가치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해보면 공간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너무나 많다. 나는 '공간'이 좋다. 우리가 선택한 장소, 우리가 선택한 간판, 우리가 선택한 색깔, 조명, 가구, 음악, 냄새 등등 모든 것들이 좋다. 난 내가 좋아하는 걸 쉽게 포기하지 못 아니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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