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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PLERS Jan 24. 2021

달란트

애매함의 저주랄까?

가끔은 하나님은 왜 날 이렇게 만드셨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재능'에 대해서 말이다. 도무지 나라는 사람의 달란트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아니 사실 41년을 살았으니 알긴 아는데 이게 나에게 맡겨주신 그 달란트가 맞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뭘 해도 중간은 하는 게 달란트 같은데 재수 없게 들릴 수 있겠지만 진짜 뭘 해도 중간 이상은 다 하는 편인 것 같다.


뭘 해도 중간은 하는 사람이라는 건 어떤 일이나 상황이나 뭐가 되었든 원리를 잘 이해하는 편이고 중요한 것을 잘 잡아낸다는 것이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음식점에서 일을 해본 적이 없는데(중국집 짜장면 배달은 해봤음) 음식점을 오픈해서 그럭저럭 일을 잘한 것 같다. 우리 매장의 거의 모든 메뉴는 내가 구조를 짜고 레시피를 잡았다. 어디서 배워본 적이 없다. 


음식만 그런 게 아니라 디자인, 마케팅, 브랜딩, 네이밍 뭐 사업을 위해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내가 학습하고 내가 한다. 맘에 드는 수준으로 외주를 주자니 너무 비싸고 싸게 시키자니 맘에 안 든다. 그래서 그냥 내가 한다. 오늘도 조만간 시작되는 그릇 판매를 위한 포스터를 내가 만들었다. 물론 처음부터 창작한 것은 아니고 레퍼런스를 잘 찾아서 아래에 깔고 비례와 구조를 참고했다. 

애매하다.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못 하는 것도 아니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그냥저냥 그럭저럭 할 줄 아는 게 때로는 저주 같기도 하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못하면 그려려니 하고 넘어갈 것들이 계속 눈에 걸리고 맘에 걸린다. 자원은 없으니 몸으로 때우는데 전문가가 아니니 시간이 무지하게 걸린다. 하나씩 해보는 게 재미는 있다만 시간은 계속 흐르고 더 중요한 일들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의심이 자꾸 든다. 


뭐 하나만 딱 부러지게 잘하면 참 좋을 텐데... '사업'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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