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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PLERS Jun 15. 2021

걱정

소년이될 거야

매일매일 글을 쓰고 싶었다. 잠시 컴퓨터 앞에 앉아 생각나는 대로 뚝딱뚝딱 써 내려가고 어울리는 사진 한 장 올리는 일.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인데 참 쉽지가 않다. 차곡차곡해야 할 일들을 해내는 하루를 살아야 하는데 이런저런 걱정들 때문에 집중을 못하고 구름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시간을 보내다 하루를 보내곤 아침이면 나 자신을 책망하는 일을 반복했다.


걱정이 많았다. 41살. 7살 아들. 6살 딸. 집 없음. 물려받은 & 물려받을 재산 없음. 흔히 말하는 흙수저. 운 좋게 적당히 괜찮은 회사들을 경험했지만 진득하게 뭔가 이루지 못하고 뛰쳐나옴. 식당 장사를 하다가 운 좋게 티브이에도 나오고 그냥저냥 먹고는 살고 있었다가 코로나에 제대로 한 방 먹음. 빚이 꽤 많음. 걱정이 많지 않을 수 없지 않나? 대한민국 서울 사는 40대 기준으로 이거, 가장 노릇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29살 소년(19살 소년은 너무 어려서 ㅎㅎ)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의 기준과 세상의 눈초리를, 마치 세상을 다 아는 듯이 무시하고 내 멋대로 내 기준대로 내 스타일대로 살았던 그때로 돌아간다. 호기심 많고 에너지 넘치고 겁대가리 상실하고 남 눈치 보지 않고 내 멋대로 살던 소년. 어떤 삶을 살고 싶지도 누군가가 되고 싶지도 않고 오직 나다운 내가 되기를 희망하던 진짜 내가 다시 된다. 


매일매일 글을 쓰고 싶으니, 매일매일 글을 써야겠다.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내가 나 답게 하루를 잘 살아왔는지 확인해야겠다. 대부분의 걱정은 나 답게 살지 못하고 남의 기준에 나를 맞춰보고 남들의 삶을 동경하고 남들의 눈치를 보고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를 생각하면서 생긴다. 그래서 앞으로 그런 걱정 따위 없이 살기로 했다. 소년은 걱정이 없다. 단지 지금과 내일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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