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모임으로 시작하는 러닝
처음엔 막연함으로 앞으로 달려 나감이 어려운 것. 쉼 없이 뛰어감이 나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이다. 매일 반복하며 끝없이 펼쳐진 자신의 길을 뛰어나간다는 게 보통의 의지로 할 수 있다 하는 건 스스로 위선의 방패를 마련하는 것이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나만의 심적 역치, 광기의 뛰어나감으로 화려한 속세의 찌꺼기를 치워나감이다.
첫 시작은 희망의 긍정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고통은 없을 것이란 헛된 기대감이었다.
삶의 긍정을 잃은 채 체지방은 점점 자기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시간의 속도는 멈춤을 잊은 지 오래. 하루가 그저 막막하고 ‘에라 모르겠다’하는 마음으로 목적지 없는 곳을 이리저리 방황했다. 마음은 파란 하늘 위로 날개를 펼치는데 육신은 지방의 무게 추에 땅바닥과 일체화되고 있다. 더는 아니다 면서 점점 무게를 늘리는 추 앞에 굴복하기 일쑤였다.
얼마나, 거대한,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부동의 뱃살은 어떤 외부의 것도 튕겨내 버린다. 안주해 버려 ‘뭘 해도 안된다’는 단정 지음이 고통의 움직임은 불필요하다고 여겼다.
러닝의 시작은 내면에서 우러나온 진심에서 비롯되었다. 여름을 머금는 책방에서 여럿이 함께하는 러닝 모임을 시작한다는 이야기가 전해 졌다. 평소 바깥을 돌아다니기 좋아하고 러닝을 통해 삶의 전환과 사람들과의 교류로 홀로 악순환을 겪는 지금을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로 달리기에 한발 내딛게 되었다.
뱃살에게 너무 많은 자유를 보장했다. 쾌속의 분침을 더는 멍하니 지켜보면 안 된다. 눈 감으면 바닥을 뚫고 지하로 다이빙하는 육신의 악몽을 멈춰야 할 때.
충만한 의지는 이미 시험대를 통과했다. 세력을 확장시킨 체지방의 의문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움직여야 알 수 있다고 일단, 시작을 선언했다.
알 수 없어 보이지 않는 것, 긍정의 희망고문으로 스스로의 위안을 삼는 움직임이 현실의 장벽을 얼마나 무너뜨릴지, 완주라는 하루 미션 수행으로 알아 나간다. 누군가에 의해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기에 자의적 시작은 앞으로 있을 시행착오를 몸담게 했다.
굳어진 몸을 앞으로 밀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