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페이스 메이커

2026 버킷런 10km 친한 동생 페이스 메이커

by 삼삼

친한 동생 10km 페이스 메이커. 단순히 목표 기록에 맞춘 페이스 맞춤을 넘어 홀로 러닝하는 나 자신을 생각하게 되었다. 훈련이든 대회 든 혼자 준비하고 참가한 지라 누군가와 함께 대회 참가 한 것이 새로우면서 낯설었다. 홀로 러닝에 익숙해서 그런 줄 알았다.


앞만 보고 달렸던 러닝. 기록에만 온 신경을 집중해 주변을 살피지 않음이 있었다. 대회를 많이 참가 했지만 나의 신경은 피니쉬 후의 기록에 집중되어 주변에 무엇이 있었는지, 어떤 대회로 진행 되는지,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떤지 신경 쓴 듯 아닌 듯 얼버부린 것 같았다. 대회가 어땠는지 기억 나지 않는 건 아닌데 ‘기록’을 빼고 생각하면 쉽게 떠오르지 않는 게 사실. 얼마나 누구 보다 빠르게 달리고 싶었으면 기록을 빼놓고 생각하기 어려웠던 것인가.

친한 동생 페이스 메이커를 하며 출발선 앞에 서서 달렸던 내가 떠올랐다. 대회 분위기에 순간의 질주 본능을 억누르는 나 자신, 이미 페이스 메이커로 마음을 다 잡았어도 당일의 기분은 평소 대회 때가 비슷하게 다소 긴장 된 상태 였다. 진심, 앞으로 나아가면 안되는 듯 이상한 강박이 짓눌렀다.

스스로 강박을 이겨내며 반환점까지 친한 동생의 오버페이스를 조절했다. 처음 해보는 페이스 조절이 서툴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나만의 대회 노하우가 몸에 베어 이 페이스를 유지해야 반환점 이후에 힘을 낼 수 있는 감이 솟아 올랐다.


하루 러닝의 괴로움도 있었다. 몸상태에 따른 러닝의 유연한 강약 조절이 필요했는데 어떻게든 내 생각대로 러닝을 강행하고 반드시 목표한 거리는 채워야 함이 있었다. 하루 훈련 목표를 갖는 건 좋은데 과할 정도의 집착이 있었던 것. 피로 누적, 수면 부족, 전날의 노동 등에 다음 날 러닝이 힘들면 하루 종일 완전 휴식을 취하거나 가벼운 조깅을 했으면 되었는데, 몸이 괜찮을 때 까지 기다리다 가만히 오전 시간을 날려 보낸 적이 많았다. 물론, 일어나자마 시작하는 러닝은 좋지 않다. 집요한 집착에 ‘이건 안 하면 안된다’는 것이 유연한 하루 흐름을 스스로 망치게 한 것이 문제. 러닝 말고도 다른 할일을 먼저 하면 되는데 순서가 아니라며 미루고 미룬 것이 할일을 안 했다는 자책의 찌꺼기를 만들어 냈다. 이를 개선하기 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만의 페이스를 고집하지 않고 타인의 기록에 맞는 페이스 유지, 몸은 기억했는지 속도의 강약 조절이 가능했다. 머리는 불확실하다 했는데 말이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에서 과거의 고집을 버리게 한게 아닌가 싶다. 이런 나 자신을 반성하고 좀 더 유연한 러닝을 다짐한다.


누군가와의 경쟁의 러닝은 존재하지 않았다. 스스로 경쟁한다고 생각했을 뿐. 처음부터 끝까지 병목이 지속됨에 앞으로 뚫고 가고 싶은 마음이 자꾸 샘솟았다. 홀로 뛰었다면 요리조리 앞서 갔겠지만 페이스를 확인하고 친한 동생이 끝까지 완주할 수 있도록 병목 속에서도 페이스 조절과 앞 사람과의 간격을 최대한 유지하려 했다. 무작정 페이스를 맞추기 보다 병목에 따른 페이스 업다운을 지속했다. 병목 속에서 어떤 돌발 상황이 발생 할지 알 수 없기에 더더욱 신경 썼다. 러닝에 대한 전체적인 시야가 이 순간 확장된 듯 하기도 했다. 빠른 도착이 아니었기에 첫 10km 대회에 참가한 친한 동생의 완주를 무사히 마치게 했다.


개인적으로 10km 1시간 페이스 메이커 목표는 실패했다. 페이스 운영도 다소 불안정하다 느꼈다. 처음이었기에 페이스 운영 노하우가 부족했던 것. 빠르기 보다 방향성을 잃지 않는 러닝이 생각, 마음과는 다르다는 걸 깨닫게 해준 대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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