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좁은 물살에 내려감이다
물고기가 좁디 좁은 물살에 의지한다. 빛의 가르침 따라 앞으로 나아간다. 회색 콘크리트는 아직 수면과 마주하지 않아 접근이 어렵다고 저 호화로운 공간에 있다면 언제든 자유로이 헤엄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진다. 불확실함은 어쩌면 새로운 길을 만나는 교점이겠다.
다리 밑에서 시작하는 천, 시작은 내리막. 한기라 들어서면 여름은 반갑다고 겨울은 저리 가라 한다. 물고기 한 마리도 한기 서린 물을 좋아하지 않겠지. 내리막 따라 좌우로 뻗어지는 벽은 점점 그 높이의 웅장함을 보인다. 벽 위로 솟은 규칙을 만들어낸 인간의 보금자리. 앞으로 뻗은 길의 뒤편은 아무것도 없는 시작점의 홀뚜껑 만 덩그러니 자리 잡는다.
어둑함이 몰려오면 보금자리의 흔적은 밝은 빛으로 자신이 존재함을 알린다. 나무는 어디서 숨바꼭질하는지 달빛에 제 모습이 사라졌다. 다리 밑은 여전히 한기가 힘을 과시 중이다. 인위적인 빛에 이곳이 어딘지 기억해내지 못했을 순간의 상실.
태양이 고개를 든다. 보금자리의 빛은 다시 규칙적으로 뻗어 낸다. 숨어 있던 나무는 다시 제 모습을 드러낸다. 미끄럼에 위험을 미처 의식하지 못한 생명체에 자신이 몸소 신호를 보낸다. 물줄기의 흔적은 속도가 느림에 어느 순간 급격히 빨라지는 방심의 경계를 자극한다.
단단한 콘크리트의 보금자리가 내리막 따라 길게 뿌리를 뻗어 낸다. 물줄길 따라 옆으로도 길게 뻗는다. 낮엔 푸른 하늘과 어우르며 밤엔 여러 불빛과 벗이 된다. 내리막길도 이에 동참하며 물줄기와 친해지다 불빛과 친해지길 반복한다.
전기를 머금는 6개의 장대 철이 지나간다. 고압의 긴 선이 잠시 고요함에 하늘과 어우러지다 장대 철이 지나가는 순간 자신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한다. 어두워지면 빛을 공급하여 선로를 이탈하지 않도록 도움을 준다.
내리막의 끝은 우두커니 서 있는 거대의 콘크리트 숲이다. 멀리 있으면 길쭉한 자태를 뽐내고 가까워 지면 눈앞에 있는 높이가 가늠할 수 없다. 탁 트인 대로 만이 그 높이를 짐작 할 뿐이다.
바람은 잔잔히 자기 갈길 가며 누군가 다가 온다면 일순간 가속을 붙여 낸다. 자신의 힘이 강하다는 신호를 어떤 생명체에게 전달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