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든 고요한 어둠의 시간
활동이 멈춘 고요한 시간.
모두가 잠든 때, 누군가는 새벽을 즐긴다.
할 일이 남아, 불면증에 시달려, 악상이 떠올리는 등등.
새벽의 사람들 이야기는 다양하다.
조용할수록, 아무의 간섭이 없을수록, 세상의 교집합은 무너졌다.
여집합의 다양성만 존재한다.
밤낮이 바뀐 사람, 나는 그들이 이해되지 않지만, 그들만의 삶 방식을 존중한다.
예민함이 있어도 나를 벗어나지 않음이다.
타인을 위한 예민함이 아니다.
어둠을 즐긴다면 사람을 피해 오롯이 혼자만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거겠지.
시간의 흐름은 무의식 속에서만 존재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에 자신에게 모든 걸 집중하기 때문이다.
어떤 느낌일까.
잠과 깨어있음을 맞바꿈.
종교 같은 믿음인가.
그냥, 어둠이 좋아서 즐기는 재미인가.
눈꺼풀이 감기지 않는 몰입이 태양을 거부할 정도의 집요함이라 할 수 있나.
1분이 1시간 같은, 단 1초라도 허투루 쓸 수 없다. 소중하기에 새벽을 즐기는 거겠지.
잠들어 있는 무의식도 어쩌면 현실을 잊는 과정이라 하겠지.
뜨거운 날은 눈 깜짝할 새 사라지고 추운 날은 온기를 의지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새벽의 기운은 제각기 메시지를 전달한다.
새벽 4시 30분, 침대에서 단번에 일어났다. 전날 밤 미리 백팩을 챙기고, 입을 옷을 정해두었기에 집에서 나오는 건 문제 되지 않았다. 기상 직후에 컨디션이 일순간 다운되었지만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어제 하루 종일 집에만 있어 집밖으로 나가고 싶은 열망이 강한 듯하다.
새벽 탄천을 걸으며 설 연휴 동안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고, 현재 진행하는 할 일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다. 날씨에 맞춰 옷을 가볍게 입었는데 새벽 공기는 생각보다 찼다.
전날 밤, 오늘 날씨를 확인해서 추울 일은 없을 것으로 봤는데 새벽은 아니었나 보다. 그냥, 옷 입었다 벗기 싫었다. 갑자기 추워짐을 느껴 스마트폰으로 날씨를 확인해 봤다. 영상기온이다. 추운 건 새벽뿐인 듯했다.
올해 들어 새벽 탄천 걷기 횟수가 늘었는데, 기상 직후 부모님을 마주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말 한마디에 욱함이 몰려올 수도 있었다. 과거의 경험에서 아침 기상 후 어머니와의 대화가 매끄러운 적이 없었다. 사소한 말에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었고 내 할 말만 하고 집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지금도 사소하게 싸우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상황을 회피하는 것이다.
걷는 것으로 생각을 비우게 되는데 어찌 생각이 더 늘어난 것 같나? 새벽에 아무도 없다 생각하여 이런저런 생각을 혼잣말로 내뱉는 과정이 생각의 생각을 만들었나 보다.
걷다 보니 목적지인 사우나에 도착했다. 걸으면서 장의 운동이 활발했다. 3일 연속 과음으로 몸 상태가 무거워 사우나가 원활히 진행될 지도 알 수 없었다.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사우나를 하며 설 연휴 동안의 피로가 풀렸기 때문이다. 생각과 마음도 가벼워졌다. 그동안 사우나가 많이 그리웠나 보다. 어제 아침 부모님의 명절 분풀이로 인한 정신적 피로도 해소 된 듯했다.
개인적으로 명절 동안 심적 어려움이 있었나? 4일 연속 글쓰기 부재 말고는 없었다. 과음으로 인한 하루 종일 방콕이 집밖으로 나가는 열망을 무의식적으로 가졌는지 모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에 불안함이 생겼고 이를 집밖으로 표출하려는 마음. 새벽 탄천 걷기와 사우나가 잘된 이유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