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의 세번째 특성
오후 2시,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공간에 방문하여 한 사람-그 사람은 나 자신이다-의 마음이 치유되는 시간. 각가지 질문들에 흑연의 표족함으로 자신의 답을 적어나간다. 자연, 생각, 사람, 마음, 관계... 모든 것들이 자신에게 향한 물음들이다. 정해진 것은 없다. 내면의 본질을 들여다보며 주체적 개념을 재정립한다. 파란빛을 응시하며 여기저기 흩어진 생각들을 갈색 종이에 모은다. 길고 짧음의 경계를 드나든다. 정해진 시간 따윈 없다. 자신의 환경, 경험, 소통에 몰입한다.
매월 달라지는 질문에 나만의 답을 적어내며 내면적 성찰과 경험의 복기가 이뤄진다. 생소하지만 재미있는 질문들, 파란의 공간이라 가능하다. 물음표가 제 주인을 찾는다고 아우성친다. 사람이 만들었기에 사람을 찾으려 하는 갈망인가 보다.
오전의 여유를 두며 오후의 몰입을 준비하는데 성급한 마음이 한가로움을 허용치 않는다. 공간은 내 것이 아닌데 스스로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고 서둘러 목적지로 향한다. 약수터 같은 쉼을 오래도록 느끼고 싶다는 것이 공정을 위배한 독점인데 얼마나 많은 것들을 해내겠다고 내적 억지를 부린다. 이미 영혼이라도 파란 공간에 머무르고 있어 육체에 다시 담아두려는 것인가. 짧은 시간을 어떻게든 길게 늘어뜨릴 생각에 혼자 신이 난 상태로 흥분되어 있다.
자고 일어나면 달라지는 게 사람이지만 고정된 물음은 여러개의 느낌표를 잡아낸다. 어제, 오늘, 내일. 하루 만에 나타났다가 다음 날로 연기되는 상황이 반복된다. 집중의 단계에 따라 스스로 잡아 낼 수 있는 대답을 갈색 종이에 적어 낼 뿐이다. 한 단어라도 머릿속에서 쥐어짜는 과정은 괴로우면서 재미를 준다. 질문자와 대답자가 바뀌는 짧은 순간도 스쳐 지나간다.
질문은 마침표가 아니다. 잠시 쉼표만 존재한다. 답이라 여긴 것은 사실 새로운 질문이다. 모든 것을 버리고 오직 질문에만 집중하는, 한 사람에 대한 이해와 관심에 잡스러운 소음이 차단된다. 물어봄으로써 아는 것이고 알았기에 물어본다. 반복적 행위는 단조로움이 존재 할 수 없다. 제각기 다른 어떤 새로움을 발견 할 수 있는 순간이 된다.
땅위에 존재하는 파란은 비추는 것만으로 무한의 질문을 창조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