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5 - 이기심

파란의 다섯번째 특성

by 삼삼

바람의 시원함은 복잡한 생각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햇볕이 쨍쨍한 하루보다 흰구름에 태양이 가려진 하늘. 구름 아래로 바람이 불면 마음의 어딘가에서 부정의 모든 것들이 세상 밖으로 나온다. 바람이라 가능한 긍정의 전환이다.


강렬한 태양의 기세를 꺾기도 하고,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를 주기도 한다. 때론 너무 강한 나머지 바다의 수증기를 머금고 거대한 나선 구름을 만든다. 한겨울엔 바깥의 모든 것을 얼려버리기도 한다. 인간은 오해한다. 피해받은 것만 기억한다. 도움받았을 적의 기억은 어디에도 없다고 발뺌한다.


바람은 그런 존재가 아닌데 인간이라 보는 것에서 착각한다. 푸른 하늘의 흰구름, 태양과 벗 삼아도 어느 순간 변덕의 바람에 하늘이 요동친다. 흰구름을 밀어낸 먹구름이 태양을 가리며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라는 신호를 보낸다. 어제 본 것은 허상이었던가. 오늘은 왜 다른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존재라면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이는 건 당연하지 않던가.


서로의 처지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파란은 있는 그대로 자신을 보여주려 하지만 변덕의 휘바람이 변화무쌍한 모습을 요구한다. 항상 푸르름을 보여주려는데 태양이 자꾸만 자신의 빛을 과시한다. 파란의 기억은 오직 자신 하나만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밝음, 흐림, 어두움, 시원함은 누구로 인해 오는지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아직 내적 변심이 나를 지배하고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아서다. 기억하고 싶은 어느 한 순간만 기억에 담아두고 나머진 그대로 지워버리는 것으로 아무 방해 없는 탁트임을 갈망하고 있었다. 어제의 의문은 오늘의 답으로, 내일의 답은 오늘의 답에서 질문이 던져지는 반복이 바다의 변덕과 맞닿는다. 변덕은 간사함으로 어제의 결심을 오늘의 나태로 무너뜨리고, 오늘의 나태는 내일의 결심으로 바꿔나간다.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바쁜척하는 자신이 사실은 관심을 갈구하는 신호로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는 것이겠다.


관심의 갈구로 변심적 현상에 안 좋은 것들만 담아두려 한 것은 아닌지. 각자의 위치에서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어떤 부정적 영향에 스스로 좌절과 실망감을 품으려 했던 괴로움을 유지하려 한... 고마움을 모르고 ‘아직 멀었다’며 혼자만의 이상적 세계를 실현 시키려는 욕심이 예기치 못한 여러 현상들을 외면했다.


홀로, 오랜 기간 글을 쓰며 나만의 방향성, 세계관이 형성된 상태로 그저 감 하나로만 쓰려했다. 어제, 오늘, 내일은 전혀 다른데 하나로 뭉친 듯 종속된 연결성을 만들어 낸다. 자신의 고집으로 글의 방향을 밀고 나갈 수 있으나 퇴고하기에는 여러 글감과 경험이 너무 많다. 아직 발도 못 딛은 새로움도 있는데 지금까지 쌓인 글들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며 이상한 버티기를 하고 있다. 무의식에서 우월함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며 항상 완벽한 투고를 원하고 있었다.


이기심은 함께 함을 잊은 독단적에서 시작된 것. 혼자 한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어떤 상황도 발생하지 않는 혼자 좋아하고, 슬퍼하고, 화내고, 흥분하고. 담아두기만 한다고 무언가 일이 풀리지 않는다. 쉽게 잊히지 않게 스스로 주변을 둘러보며 하늘과 바다의 존재 이유를 상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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