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두번째 특성
밤낮이 바뀐 사람, 그들은 어둠을 뚫는 여정과 싸운다. 언제라도 삼킬 듯 잠시 딴생각조차 허용치 않는다. 그들의 삶이다. 모두가 잠든 시간을 지키는 전사들이다. 그들의 노고에서 새벽의 고요함이 유지된다.
수많은 네모의 이진수를 바라보며 아무 일 없이 태양의 빛을 기다린다. 바깥은 어둑한데 안은 한낮이다. 생체 리듬이 뒤바뀌는 어려움에도 꿋꿋이 버텨낸다. 어둠의 대마왕이 나타나기라도 한다면 언제든 막아낼 혼신의 힘이 소진되지 않도록 서로를 다독인다.
백지 한 페이지를 채우기 위해 육신의 피로와 정신의 이상을 맞바꾼다. 모두가 분주히 움직이는 시간을 거부한 적막한 고요함 속 자신의 세계를 하나씩 담아낸다. 정신 에너지 하나만으로 미뤄둔 원고가 쓰인다. 지금이 아니면 태양 빛에 증발될 소재를 사수한다. 빛 보단 어둠에서 찾는 여정이 좋다고 사람들 눈에서 벗어난 엉망의 초고를 쓰고 또 쓴다.
깨어있는 새벽, 예민함이 있어도 나를 벗어나지 않는다. 타인을 의식한 예민함이 아니다. 어둠을 즐기며 사람들 시선 밖에서 오롯이 혼자만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거겠지. 한순간의 몰입으로 흘러가는 시간과 동기화를 마친다.
시간의 흐름은 무의식 속에서만 존재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에 자신에게 모든 걸 집중하기 때문이다. 어떤 느낌일까. 자신만이 아는 세계이다. 아는 것 하나 없기에 이상의 세계를 꺼낼 수 있고 지켜야 할 것에 시선을 고정할 수 있다.
잠과 깨어있음의 맞바꿈. 종교같은 믿음인가. 그냥, 어둠이 좋아서 즐기는 재미인가. 눈꺼풀이 감기지 않음이 태양을 거부할 정도의 집요함이라 할 수 있나.
1분이 1시간 같은, 단 1초라도 허투루 쓸 수 없다. 소중하기에 새벽을 즐기는 거겠지.
잠들어 있는 무의식도 어쩌면 현실을 잊는 과정이라 하겠지.
뜨거운 날은 눈깜짝할 새 사라지고 추운날은 온기를 의지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빛보다 어둠이 좋다고 짧지만 강한 한기를 기억하게 한다. 이중의 열돔이 싫다고 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낮은 태양 고도를 다시 올려달라는 민원을 하늘 위로 전송한다. 어둑함이 길다고 추워짐에 짧아질 수 없냐는 구름 위에 우두커니 서서 1인 시위를 벌인다.
잠의 시간이 길다. 마음의 안도함에 아침의 분주함을 삼킨다. 눈꺼풀을 지키는 요정이 눈을 들어 올려도 빛 없는 바깥의 무게에 두손 든다. 압도적인 힘으로 꿈의 세계를 이어 나가라는 달콤함의 유혹이 현실의 전쟁터를 벗어나게 한다. 1시간을 하루로 늘리는 마법이 없을까. 동그란 시계에게 간청하지만 분침의 바늘은 그저 비웃기만 한다.
안도함은 알람의 시끄러움에 비몽사몽한 민낯을 드러낸다. 전장의 허허벌판만 남겨지고 홀로 달려가도 닫혀진 문을 열 힘이 나지 않는다. 수많은 잡생각의 공격에 육체는 그대로 낫아웃 된다. 달디단 새벽의 세계는 배신한다.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며 자리를 떠난다. 분침이 말을 할 때가 좋았다.
새벽이 좋았다면 멍하니 불빛하나 바라보는 순간이겠다. 아무도 방해 없는 흥분의 잔재가 즐겁다. 365일이 새벽이라면 모두가 잠든 홀로 남겨진 영원의 시간이겠다. 태양을 맞이하는 분주한 시끄러움이 사라질 테다.
새벽은 제각기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