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 - 나의 새벽

새벽의 마지막 특성

by 삼삼

새벽 4시 30분, 침대에서 단번에 일어났다. 전날 밤 미리 백팩을 챙기고, 입을 옷을 정해두었기에 집에서 나오는 건 문제되지 않았다. 기상 직후에 컨디션이 일순간 다운되었지만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어제 하루 종일 집에만 있어 집밖으로 나가고 싶은 열망이 강한 듯 했다. 새벽 일찍 일어남은 어떤 긴장감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었는데 아무런 이유 없이 새벽의 시간을 보냈다. 지금도 모른다. 보통은 해가 중천에 떠야 일어나겠는데 무슨 마음이 들었던 거지?

작년 겨울, 새벽 탄천을 걸으며 설 연휴동안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고, 현재 진행하는 할일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다. 날씨에 맞춰 옷을 가볍게 입었는데 새벽 공기는 생각보다 찼다.

전날 밤, 오늘 날씨를 확인해서 추울 일은 없을 것으로 봤는데 새벽은 아니었나 보다. 그냥, 옷 입었다 벗기 싫었다. 갑자기 추워짐을 느껴 스마트폰으로 날씨를 확인해봤다. 영상기온이다. 추운 건 새벽 뿐인 듯 했다.

새벽 탄천 걷기 횟수가 늘었는데, 기상 직후 부모님을 마주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말 한마디에 욱함이 몰려 올 수도 있었다. 과거의 경험에서 아침 기상 후 어머니와의 대화가 매끄러운 적이 없었다. 사소한 말에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었고 내 할 말만 하고 집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지금도 사소하게 싸우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상황을 회피하는 것이다.

걷는 것으로 생각을 비우게 되는데 어찌 생각이 더 늘어난 것 같나? 새벽에 아무도 없다 생각하여 이런 저런 생각을 혼잣말로 내뱉는 과정이 생각의 생각을 만들었나 보다.


걷다 보니 목적지인 사우나에 도착했다. 걸으면서 장의 운동이 활발했다. 3일 연속 과음으로 몸 상태가 무거워 사우나가 원활히 진행될 지도 알 수 없었다.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사우나를 하며 설 연휴 동안의 피로가 풀렸기 때문이다. 생각과 마음도 가벼워졌다. 그동안 사우나가 많이 그리웠나 보다. 어제 아침 부모님의 명절 분풀이로 인한 정신적 피로도 해소 된 듯 했다.

개인적으로 명절 동안 심적 어려움이 있었나? 4일 연속 글쓰기 부재 말고는 없었다. 과음으로 인한 하루 종일 방콕이 집밖으로 나가는 열망을 무의식적으로 가졌는지 모른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음에 불안함이 생겼고 이를 집밖으로 표출하려는 마음. 새벽 탄천 걷기와 사우나가 잘된 이유 일 것이다.

새벽 내내 각성 상태로 잠이 안 올 때가 있었다. 혼자 마신 술이 수면을 방해하게 될 줄은 몰랐다. 쉽게 잠들기 위해 마셨는데 그 반대로 눈이 감기지 않아 애써 눈을 감아도 정신은 깨어 있었다. 스스로 무덤을 팠다. 술이라면 불면을 해결해줄 것이란 생각은 나의 착각이다.

뜬눈으로 침대에 누워 있으며 어떻게든 잠들어 보려 노력했다. 눈을 감았지만 정신은 계속 깨어 있었다. 어떻게든 피로한 상태를 만들려 했지만 실패. 잠과 각성 상태의 사투가 새벽 내내 진행되었다. 사투는 멈출 줄 몰랐고 결국, 뜬눈의 새벽 기상을 했다.

내적 불안감이 나를 괴롭히고 있었던 걸까?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스스로 불안정한 상태를 이겨내지 못하는 듯 외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 올해 처음 겪는 ‘새벽의 각성’이다.

보상심리같이 하루 종일 무언가에 몰두하면 술로 힘든 감정을 해소하려 했다. 기분이 좋고 매주 이런 시간을 가짐으로 다음 날의 활기가 생길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현실의 모습을 알콜로 가리는 감정의 세계에 퐁당 빠지는데 그에 따른 결과는 무작위성 두뇌 각성, 비각성이다. 수면을 배팅한 도박이다. 알면서도 중독같이 끊질 못하는 반복이 지속된 것이다.


나의 새벽은 가끔 뜬눈의 각성으로 땅위로 올라오는 태양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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