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평 1 - 16년전 기억 꺼내기 시작

첫번째 합평 이야기 1

by 삼삼

생애 첫 합평, 여행을 주제로 한 에세이 쓰기.

20대에 홀로 떠난 기차여행의 기억 짜내기가 시작되었다. 사진, 영상, 글로 작성한 것이 거의 없어 오로지 기억에 의존해야 했다. 떠오르듯 떠오르지 않는 기억에서 첫번째 에세이 1페이지 작성은 고난 그 자체였다. 조그마한 수첩 하나 들고 떠난 여행. 군입대 전 기념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았던지라 나도 그 흐름을 따랐다. 홀로 집 밖을 떠난 적이 없었던 것도 영향을 줬다. 수첩에 적은 기록은 엉망 그 자체로 어느 부분에 포인트를 잡아야 할지 막막했다.


첫째날의 기억을 꺼내 본다. 기차 안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여행지를 방문한 내용이 없어 그 당시 기차 안에 있었던 나 자신의 상태를 떠올려 봤다. 기차 안에서 뭘 했고, 바깥 풍경은 어땠으며, 당시의 기분은 어땠는지 등등. 정말 쉽지 않았다. 특히, 기차 안의 생각, 묘사는 두뇌의 노동력 한계를 경험했다. 그 당시로 되돌아가 기억을 떠올리는 정신적 두뇌를 풀가동 했다. 더 이상 떠오르지 않을 때 까지 작은 기억 한방울도 짜냈다. 기억 한방울로는 어림없었다. 내용이 너무 없었기 때문이다. 한페이지를 가득 채우는 일이 이리 어려웠던 건가. 머릿속이 깜깜했다.

’정말 떠오르지 않는 걸까?’

계속... 최대한 두뇌를 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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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마음으로 떠난 기차여행, 높은 건물, 한강, 산과 천. 나를 마중이라도 하는 듯 한 장의 필름처럼 스쳐갔다. 건물의 숲에서 고요한 자연으로 향해, 멍하니 기억의 한 조각을 집어내며 산 속에 숨은 목적지, ‘언제 등장하시나?’ 복선도 단선도 아닌 게 바깥 풍경을 보는 재미도, 빨리 가고 깔끔히 정리된 선로를 지나는 재미도 없었다. 그래도 단선 구간은 바깥 풍경 보는 재미라도 있어 시골의 정겨운 모습과 산이 잘 어우러진 자연의 모습을 느끼고 있다. 철길 하나에 각기 다른 목적지, 일면식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만 들렸다. 따뜻한 온실에서 차가운 바깥 공기가 낯선 외지로 향하는 알림판이 되어주는 듯 했다. 산속에 감춰진 목적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장항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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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 모르겠다’ 손 가는 느낌대로 썼다. 내 기준에선 잘 썼다. 근거 없는 잘씀이다. 영혼이 탈출하여 안드로메다에 다다랐다. 여긴까진 좋은데 그 다음이 문제. 어떻게 이어 나가야 하나의 글로 연결이 될까. 조각나도 너무 조각나버린 10년도 넘은 기억에서 어떤 생각이 한줄로 채워질까.

’괜히, 16년전 기차여행으로 주제를 잡았나…?’

주제를 바꿔 쓸 수 있었지만 뭔가 스스로의 약속을 깨는 것 같았다. 한번 정한 주제를 바꾸는 건 또다른 혼란을 줄 수 있기에 힘들어도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을 했다. 읽는 독자는 어떤 생각을 가질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꾸역꾸역 한페이지를 채웠다. 이것이 글쓰기의 한 부분인가. 고통의 연속으로 뛰어들어 간 것이 진정 맞는 건가.

두뇌를 짜낸 첫번째 에세이. 나름 잘 썼다 생각하며 낭독했다. 자신은 없었다. 생각나는 대로 썼기에 여행 이야기의 시작은 이미 중구난방이었다. 그냥, 초고에서 무언가 얻기를 포기했다 함이 맞겠다.


낭독이 끝난 후 몇 초간의 정적이 흘렀다. 당황했다.

’뭐지, 이 반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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