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평 2 - 글의 자만심

첫번째 합평 이야기 2

by 삼삼

얼마나 글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던가. 합평에서 나는 남보다 우월하여 안 좋은 말이 나올 수 없다는 생각을 가졌다. 아무도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아 나만의 유일함을 보여주는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모른다. 남들이 모르는 거라면 남다른 특별함이 있을 것이란 나만의 울타리를 만들면서 타인이 알아서 넘어오라고 하는 발상이었다.

여행 에세이 문집 출간 수업 첫째날, 각자 누구인지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소개를 들으며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을 마주하는 듯 했다. 글만 쓰고 글만 생각해온 삶을 살다 보니 외부의 이질성은 직접 피부와 와닿았을 때 더 심해진 듯 했다.

여행 전문 인플루언서, 전문 사진 작가, 여행 유튜버, 직장인, 시나리오 작가 등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난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세계 이곳 저곳을 여행 했어요.”

”저만의 세계 여행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사진 작가지만 글쓰기를 해보고 싶어요.”


무슨 말을 했는지 전부 기억나지 않는다. 부분적으로 기억난 것들만 나열해본다. 어느 덧 나의 차례가 돌아왔다.


”16년째 글을 쓰고 있습니다. 홀로 전국 기차여행을 떠났고 책방 방문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뭔가 초라해 보였다. 스스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괜시리 타인의 시선을 의식했다. 어떻게 말해도 나는 그저 ‘글만 쓰는 망상가’ 같았다.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혼자 망상에 빠진 듯 자유롭고 즐거운 분위기 속 이야기에 합류하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있었다.

20대, 홀로 떠난 첫 기차여행의 기억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화려한 여행 이력에 자신감을 상실한 첫째날에 나만의 여행 이야기에 어두운 막막함 만 드리웠다.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그 당시 무슨 생각으로 나를 소개했는지 나의 특별함을 알아봐달라는 생각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무슨 글을 쓰는지 아무도 모르는데 관심법이라도 발동해서 알아야만 한다는 내적 강요를 해대는 모습이었다.


첫 합평 시작 전 첫주의 기억을 되돌아보며 지금껏 글의 자만심에 가려진 것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마음의 태양이 떠있었다면 어떤 글을 쓰든, 타인의 의견이 어떻든 계속 나의 글, 작품 쓰기를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무언가 큰 기대를 했기에 그만큼 큰 실망감을 가지며 합평에 임했기에 한페이지 쓰는 강박이 바위가 나의 어깨를 짓누르는 흐릿한 마음의 빛조차 차단시켜 버렸다.

글로 소통하는 자리가 낯설었다는 건 변명이다. 그냥, 내 글에 대한 평이 좋지 않아 어떻게든 좋게 만들려 스스로 위안을 삼으려 한 것이다. 때론 깊이 있지 않아도 평범하게 허점이 보이더라도 그저 나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과정임을 지금에서야 깨닫고 있다.


여러 혹평보다 적막한 무응답이 글이 타인에게 닿지 않은 것. 글의 성장을 멈추게 한다.

이전 11화합평 1 - 16년전 기억 꺼내기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