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3 - 숨 쉬는 글

나의 글에 관한 세번째 이야기

by 삼삼

글은 그 사람의 고유한 ‘숨’이다. 그만의 표현, 묘사로 자신의 이야기가 함축된다. 글 안에서 그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소통 도구를 가졌는지 알 수 있다. 생각이 글로 변화된 순간이다.

글이 좋고 나쁘고는 중요하지 않다. 생각이 글로 변화되는 순간, 글은 사람에게 숨을 불어 넣는다. 타인의 마음 속에 어떤 울림을 주었느냐에 따라 다를 뿐이다.

고여 있는 생각은 글을 통해 ‘내부의 둑’을 무너뜨릴 수 있다. 둑이 무너지면 고인 생각에 활기가 생긴다. 물처럼 흘려보내며 고인 생각들이 풀려나간다. 홀로 간직하고 있었다면 글은 생기를 잃어 바깥으로 나가길 주저하고 자신의 우월함을 입증하고자 별난 행동, 이해할 수 없는 관심을 갈구한다.

글이 불어넣어 주는 ‘숨’은 사람의 마음에 ‘작은 빛의 생명’을 보여준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막막함에 길을 잃고 자신의 상태가 어떠한지 모른 채 여기저기 흠집이 난다. 홀로 쓰고 방치했기에 점점 커지는 생각의 출구가 막힌다. 빛 한줄기는 출구 없는 생각에 새로운 출구를 만들어 주는 안내자다.


써봄으로써 엉킨 생각들이 하나씩 풀려나간다. 생각이 풀려나가면 여기저기 떠돌다 어딘가에 정착하여 새로운 초고를 만들어 낸다. 하나의 퇴고가 시간이 흘러 새로운 문장이 결합해 현재의 초고로 탄생한다. 초고, 퇴고의 반복으로 어떤 투고가 발생했어도 이는 끝이 아닌 시작으로 그저 뒤엉킨 문제 하나를 해결했을 뿐이다.

뒤엉킴을 풀어내면 하나의 길고 긴 실이 무한정 뻗어 나간다. 사방으로 흩어진 생각, 경험, 느낌, 말, 감각이라는 구슬이 실에 꿰어진다. 어떤 특별함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 반복되는 일상 속 익숙함과 낯섬이 조금씩 연결된다. 매일 새로움을 찾아 떠나는 여정에 새로운 구슬을 발견한다.


숨쉬는 마음에서 ‘삶이 살아있다’는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생동감이 불어 넣는 힘은 실로 거대하여 사람과 사람 사이에 연결고리를 만들어 준다. ‘서로 연결되었다’라는 것만으로 ‘죽은 숨’이 ‘살아 있는 숨’으로 바뀔 수 있는 것. 매일 숨을 쉰다는 건 생각을 글로 옮기는 과정. 숨이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 글은 존재의 힘을 잃는다. 존재가 소멸되지 않도록 글이 멈추지 않는 자신만의 움직임-매일 글감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 지속되어야 한다.

글은 어느 특정 범주에 속해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펜을 들면 글은 펜을 든 그의 목소리로 백지에 찍혀 나온다. 짧은 글, 긴 글. 어떤 글이든 ‘글’이 될 수 있다. 글 안에 진심의 호흡이 부드러워지게 매일 쓰고 또 쓴다. 중요한 건, 마음의 울림으로 ‘생명의 숨’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느냐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매일 글을 쓰고 책을 읽는 흐름을 멈춰선 안된다. 나의 글, 타인의 글이 연결되는 순간은 백지에 적힌 글 말고는 존재하기 힘들다. 사람은 산소 없이 살 수 없다. 산소는 숨을 쉬게 하는 아주 중요한 것이다. 글은 백지 없이 존재 할 수 없다. 백지가 있기에 글자가 쓰이기 때문이다.

쓰기가 멈춰지면 읽기는 사라진다. 백지의 위기가 눈앞에 있는데 엉뚱한 곳에서 해답을 찾는다. 숨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숨을 아는 사람이 숨을 쉰다. 숨을 쉴 수 없으면 죽은 것이다.

꾸준히 씀이 유일한 해결책. 숨이 오염되었다고 생각하는 건 자신의 숨이 상실됨을 인정하는 것. 상실은 자신을 잃는 것. 자신을 잃지 않게 움직인다. 펜을 잡는다. 쓴다. 읽는다.

몇일째 멈춘 숨이 다시 활기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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