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의 잘생김을 무력화하는 헤어스타일에 대하여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할 때 학벌이나 재산, 외모로 점수를 매기는데, 대머리이면 모든 점수 곱하기 0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었습니다. 그만큼 헤어스타일이 인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겠죠. 중국 드라마에서는 모든 외모 곱하기 0 하게 되는 헤어스타일이 종종 등장합니다. 바로 변발이지요.
변발하면 보통 남자를 떠올리는데요. ‘중국판 구글’ 바이두에서 변발을 검색하면 여자들의 땋은 머리 사진이 제일 먼저 나옵니다. 변발 자체에 ‘땋은 머리’라는 뜻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치통감 위문제황초2년>>에서 남쪽에서는 북쪽을 ‘소노’라고 불렀고, 소노는 북쪽 사람들이 땋은 머리 끝부분을 뜻한다고 나왔다네요.
변발을 한국 사전에서 찾아보면 뜻이 조금 더 분명해집니다. 옛 몽고의 풍습이며, 남자는 앞머리와 옆머리를 깎아내고 나머지 머리를 땋았다1)고 합니다.
가장 잘 알려진 변발은 옆머리를 모두 깎고 뒤를 굵게 땋아 내린 형태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변발이 이런 형태였던 것은 아닙니다. 청나라 초기에는 땋아 내린 머리가 쥐꼬리처럼 아주 얇았고, 앞, 옆, 뒷머리도 거의 없다시피 했습니다. 청나라 중기에 가면 정수리 부분에 뚜껑처럼 동그랗게 머리를 남겨놓고, 숱이 많아지면서 땋은 머리가 조금 굵어지고요, 말기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반은 삭발하고, 뒷머리는 풍성하게 남겨 굵게 땋는 변발이 됩니다.
변발을 정통 헤어스타일로 강요한 건 청나라 순치제를 대신해 7년간 섭정했던 순치제의 삼촌 도르곤 시절이라고 합니다. 청나라 이전까지는 부모가 주신 머리를 자를 수 없다고 해서 남녀 할 것 없이 길게 머리를 기르고, 이를 하나로 묶어 틀어올리는 헤어스타일이 많았는데, 갑자기 머리 숱이 너무 없어지는 거죠. 땋기 위해 남긴 머리 외에는 모두 밀어야 변발이 가능했고, 열흘에 한 번씩은 남은 머리를 빡빡 깎아야 이 머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네요.
중국드라마에서 청나라 초•중기 황제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도 후기 변발 모습이 가장 많은 건, 세 종류의 변발 중 가장 보기가 좋기 때문일 수 있겠지요.
청나라를 세운 만주족이 왜 변발을 했느냐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이 있습니다. 말을 타는 만주족이 머리가 길면 거추장스럽고 위험했습니다. 한 곳에 머물러 농사를 짓는 대신 수렵과 채집을 할 때도 긴 머리는 역시 실용적이지 않았다고도 합니다. 지금도 위구르족 등 유목민 전통을 가진 이들은 반삭에 가까운 헤어스타일을 선호한다는데요, 물이 부족해서 머리를 자주 감을 수 없어 변발을 하게 됐다는 설이 있습니다.
1) 네이버 패션전문자료사전 ‘변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