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 불 꺼진 집, 6장
학교에서는 아무 일 없는 듯 웃었지만,
집에 돌아오는 길마다 그림자가 따라붙었다.
교실문이 세게 닫히는 소리, 칠판이 긁히는 소리—
사소한 소음에도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
그런 내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담임선생님은
내 얼굴의 그늘에서 무언가를 눈치챈 듯했다.
나는 하교할 때마다 ‘오늘은 괜찮을까?’를 생각하며 집 대문을 열었다.
그 질문은 매일 나를 따라다녔다.
가끔은 학교에서 아빠를 자랑하는 아이들이 부러웠다.
그들이 말하는 ‘아빠’는
퇴근길에 통닭을 사 오고, 운동회에서 함께 뛰는 사람이었다.
내게 ‘아빠’는 그런 단어가 아니었다.
내게 그것은 ‘오늘은 어떤 얼굴로 돌아올까’의 뜻이었다.
친구들의 아빠들이 통닭을 사 오는 건,
애초에 부러움의 영역 밖이었다.
미술 시간, 가족을 그리는 과제가 있었다.
나는 연필을 들고 한참을 망설이다
아빠의 얼굴을 그리지 못했다.
빈 공간이 마음에 남았다.
지우개로 선을 몇 번이고 문질렀지만,
흰 종이 위에는 이미 얼룩이 남아 있었다.
내 안의 얼룩과 닮아 있었다.